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파견하겠다고 밝힌 삼지연 관현악단이 2016년 11월 17일 북한 어머니날을 맞아 공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평창겨울올림픽 축하공연에 나설 예술단의 방남 경로로 ‘판문점을 통한 육로’를 제의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0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판문점을 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어서, 북쪽의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북쪽은 15일 열린 평창올림픽 북쪽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예술단이 판문점을 통과해 서울~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할 뜻을 밝히며, 남쪽에 수송 수단 등 이동 편의를 부탁했다. 정부는 군사분계선을 관할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육로 방남 문제를 최종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과 북을 오가는 통로는 크게 3가지다. 2006년 1월 개통된 경의선(개성공단)과 동해선(금강산관광)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하는 두갈래 길과 판문점을 직접 통과하는 방식이다. 하늘길이나 바닷길이 아닌 육상으로 남북을 오가기 위해선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대규모 인원이 판문점을 통과해 남북을 오간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85년 9월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단 등 남북에서 각각 151명이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서울과 평양을 오갔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6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소떼 1001마리를 트럭에 싣고 판문점을 통과해 방북했다.
그간 남북한 사이 교류와 왕래가 있을 때 육로 이동을 선호한 것은 남쪽이었다. 군사분계선에 사람이 오가는 것 자체가 남북 긴장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북쪽은 도로 사정과 교통 편의성 등을 이유로 대부분 소극적 입장을 보여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쪽이 판문점을 통한 육로를 제의한 것은 평창올림픽 참여 동기와 연결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위기국면을 누그러뜨리고,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상징적 수단으로 판문점 통과를 선택한 것이란 얘기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경의선 쪽도 연결은 돼 있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된 상황에서 오가는 건 어렵고, (금강산 관광길이 막힌) 동해선 쪽도 마찬가지”라며 “현재로선 판문점을 통한 육로 이동이 가장 편리한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쪽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방남하겠다고 제의했다면, 되레 개성공단 재가동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17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 후속 실무회담 대표로 남쪽에서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과 김기홍 평창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나선다. 북쪽은 지난 9일 고위급회담 대표단이었던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단장)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 김강국(소속 미확인)과 함께 참석한다고 통보했다. 남쪽은 남북관계에, 북쪽은 평창올림픽에 무게를 실은 모양새다.
정인환 김지은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