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월드컬처오픈에서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로 열린 제1차 ‘한반도 전략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평창겨울올림픽 개막 직전인 다음달 8일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 한반도 ‘화해 무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건군절 열병식은 북한 내부의 행사’라며 평창올림픽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열병식 시기에 대해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라며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과 열병식을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 24일 ‘건군절을 2월8일로 변경했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애초 북한은 조선인민군 창설일인 1948년 2월8일을 건군절로 기념해왔으나, 1978년 군 창건일을 김일성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25일’로 바꾸면서 건군절도 변경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의 건군절 변경은) 1978년에 바뀐 것을 김정은 체제가 원래대로 원상복귀하는 것이니 평창올림픽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열병식이 어렵게 마련된 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진영은 한-미 군당국이 평창올림픽 기간 예정됐던 연합훈련을 연기했는데도 북한이 올림픽 직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북한이 열병식을 강행할 경우 한-미도 이에 대응해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 특히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열병식을 하는 모습은 국제사회에 ‘무력 시위’로 간주돼, 남북 대화 국면을 이어가려는 정부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헤더 뱁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올림픽 정신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겨울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연례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시작을 겹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미 태평양사령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북한 열병식 문제가 언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며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재개된 남북 대화가 이러한 목표를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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