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중앙역 ‘평창특별열차’ 독일 국영철도회사 도이체반 주최로 29일(현지시각) 베를린 중앙역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응원·홍보 열차 개통식’ 행사장 플랫폼에 특별열차가 도착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남북은 31일부터 1박2일간 북쪽 강원도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양쪽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이 다음달 4일로 예정됐던 금강산 지역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전격 취소했음에도, 나머지 남북 합의사항은 그대로 이행되는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과 관련해선 북쪽과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라며 “기존에 합의한 대로 예정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막바지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과 북은 지난 17일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평창겨울올림픽 개막 전 북쪽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동훈련을 위한 방북단은 선수와 지원단 등 약 40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강원 양양공항과 원산 갈마비행장을 항공편으로 오갈 예정이다. 비행경로는 옛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 경수로를 건설할 때 이용했던 동해선 항로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쪽은 29일 밤 10시10분께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2월8일 건군절 열병식’ 등에 대한 우리 쪽 언론의 보도태도를 문제 삼으며, 오는 2월4일 열기로 합의했던 남북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려왔다. 북쪽은 “남측 언론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하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북쪽은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남도 전날 밤 ‘중지’한다고 통보했다가, 하루 늦은 21일 파견한 바 있다.
정부는 30일 낮 12시40분께 남북고위급회담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장관 명의로 북쪽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에게 통지문을 보내 전날 밤 북쪽이 금강산 지역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취소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지문 내용과 관련해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며 “남북 양쪽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합의된 모든 행사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공식적으론 남쪽 언론보도 등 정치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 한정된 시간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실무적인 이유 때문에 (금강산 행사를) 취소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짚었다. 정부 당국자도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짧은 기간 안에 금강산 지역에서 대규모 남북합동행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 북한 나름대로 부담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성사된 각종 남북교류를 차질없이 성사시키기엔 시간 부족 등으로 실무적 어려움이 컸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남북이 지난 1월17일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의 합의한 사항만도 모두 11개 항에 이른다.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이 별 탈 없이 이뤄지면, 이후 예정된 남북교류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월1일엔 북쪽 선수단 방남이 예정돼 있고, 북쪽 예술단이 2월6일 내려와 강릉과 서울에서 각각 공연하기로 돼 있다. 2월7일엔 북쪽 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응원단·태권도시범단 등이 대거 방남할 예정이다.
정인환 김지은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