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 논란을 빚고 있는 백선엽 백야전전투사령관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2월30일 전북 남원시의 정보(G-2)상황실에서 열린 참모회의에서 지리산 빨치산 토벌을 위한 작전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친일 행적 논란을 빚어온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의 웹툰이 지난달 육사 누리집에서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는 국군 역사 재조명 차원에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육군 관계자는 20일 “그동안 육군사관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6·25 전쟁 당시 백선엽 장군의 활약을 그린 웹툰이 게재돼 있었는데, 지난달 19일 이를 내렸다”고 말했다. 육사는 그동안 누리집에 ‘6·25 전쟁영웅의 투혼,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는 제목으로 백 예비역 대장을 전쟁 영웅으로 그린 웹툰을 올려놓았었다.
이 웹툰은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해 육사 누리집에 2016년 5월~9월 사이에 30회에 걸쳐 게재됐다. 당시 백 예비역 대장의 친일 행적은 언급하지 않고 전쟁 영웅으로 미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 예비역 대장은 1943년 2월부터 2년 여 동안 만주군 장교로 간도 특설대에서 복무했다. 간도특설대는 항일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창설된 대대급 부대다.
육사의 이번 웹툰 삭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군의 뿌리를 광복군에서 찾으려는 노력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보훈처 업무보고에서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의 전통도 우리 육군사관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백 장군 웹툰 삭제와 국군 역사 재조명은 무관하다. 웹툰 후속작업으로 ‘동춘상’과 ‘재구상’ 등 상훈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 새로 게재되면서 기존의 백 장군 웹툰이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동춘상은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임동춘 대위를 기린 상이며, 재구상은 훈련 중 잘못 떨어진 폭탄을 몸으로 막아 부하들을 구하고 숨진 강재구 소령을 기린 상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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