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 수사 축소·은폐 지시와 세월호참사 보고시간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2009년 미국 워싱턴 연수 시절 록히드마틴 등 미국 방산업체의 이권을 담당한 로비회사 직원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전달받은 사실이 국군기무사령부 문서로 드러났다.
군 소식통은 28일 “주미 무관 보좌관이 2009년 8월 재미동포 권아무개씨가 김 전 실장에게 8만달러를 전달한 로비 정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기무사에 보고한 문건이 최근 확인됐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합참의장을 마친 뒤 브루킹스연구소 연수를 위해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이었다. 김 전 실장은 연수에서 돌아온 뒤 2010년 12월 국방부 장관에 취임했다.
기무사 보고서를 보면, 권씨는 미국의 로비업체 ‘리빙스턴 그룹’ 직원인 ‘재미교포 정아무개씨’에게 8만달러를 줬고, 정씨는 이 돈으로 매달 2만달러씩 김 전 실장을 지원했다. 기무사는 권씨가 김 전 실장의 연수 소식을 듣고 접근한 뒤 미국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미동포 권씨는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간 사업가이며, 리빙스턴 그룹은 ‘록히드마틴과 같은 굴지의 방산업체의 이권을 대변하는 로비회사’라고 기무사 보고서는 설명했다. 권씨가 미국 방산업체를 위한 로비 차원에서 김 전 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2009년 3월 권씨에게 미국 초기 정착금으로 우리 돈 4500만원 상당을 받았으나 다섯달 뒤 이 돈을 변제했다”고 해명했다고 <케이비에스>(KBS)가 보도했다. 그러나 권씨에게 돈을 송금한 시점은 김 전 실장에 대한 기무사의 금품 수수 의혹 보고서 작성 10여일 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또 국방부 장관 취임 뒤 권씨를 두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권씨가 리빙스턴 그룹에 돈을 준 사실을 몰랐고 권씨로부터 사업 관련 청탁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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