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겨레하나,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청년학생 친일청산 행동의 날'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라며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아베 신조 정부에서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미화 흐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올해 1월 도쿄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료를 상설 전시하는 ‘영토·주권 전시관’을 개관했고, 2월22일 시마네현에서 열린 ‘제13회 다케시마의 날’ 행사엔 6년 연속 중앙정부의 차관급 인사를 참석시키는 등 독도 영유권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 불행한 역사일수록 그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이라며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12·28 합의)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종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공개 비판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는 지난해 12월 ‘12·28 합의’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가 배제된 채 정부 입장만 강요된 합의”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12·28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반발했고,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2월9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정부 간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사과나 보상 등을 직접 입에 올리진 않았다.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또다시 표류하는 상황을 경계한 것으로 읽힌다. 대신 문 대통령은 “일본이 고통을 가한 이웃나라들과 진정으로 화해하고 평화공존과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며 “일본에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답게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한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또 “다케시마(독도) 문제는 일조일석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한국 쪽에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확실히 전달하고, 냉정하고 끈질기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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