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군민 경축대회가 각 시·군에서 열렸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9월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미 간 5월 정상회담 등 공식 대화가 예고되면서, 북한이 보유한 핵 능력과 핵무기, 핵 시설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되면,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평가와 비핵화 검증 방식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은 그동안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제조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의 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평가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뒤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더라도,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 티엔티 0.8~1㏏(킬로톤)의 위력을 선보인 이후 2차 때 3~4㏏, 3차 6~7㏏, 4차 6㏏, 5차 10㏏, 6차에 50㏏의 위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핵 폭발력이 갈수록 강력해졌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마지막 6차 핵실험은 수소폭탄이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북한이 이들 핵폭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또 핵물질을 만들어낼 시설과 장비는 얼마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 시설이 공개된 것은 2010년 11월 미국의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일행의 영변 핵단지 방문 때가 마지막이다. 이후 7~8년 동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플루토늄 프로그램은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추정이 가능하다.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선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돌려야 한다. 이때 이들 시설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증기나 드나드는 사람과 차량, 장비들의 움직임은 위성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 이들 시설은 최대한 가동할 때 1년에 플루토늄 6㎏을 추출할 수 있다. 헤커는 2016년 8월 ‘38노스’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32~54㎏으로 추정했다. 2016년 국방백서는 50여㎏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은 추정도 어렵다. 북한은 2010년 11월 영변을 방문한 헤커에게 원심분리기 2000기를 공개했다. 헤커는 이 시설이 1년에 무기급 우라늄 40㎏을 농축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 시설의 건물은 2013년 2배로 확장된 게 위성으로 확인됐다. 또 원심분리기는 은닉성이 뛰어나 비밀 시설이 더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농축우라늄 보유량은 상상력의 영역에 있다. 2016년 국방백서도 “상당한 수준”이라고만 적시하고 있다.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3중수소 능력에 대해선 더 깜깜하다. 영변의 5㎿ 원자로나 IRT-2000 연구용 원자로에 우라늄 대신 리튬-6를 장착하고 중성자를 조사하면 수소 동위원소인 3중수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확인된 건 없다.
이런 정보 제한은 향후 북핵 동결 및 폐기 등 비핵화를 검증하는 단계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검증 문제는 마지막에 북핵 문제 해결의 발목을 잡았다. 북한은 1992년 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안전조치협정에 서명한 뒤 플루토늄 90g의 보유 사실과 핵 시설 7곳을 신고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보다 더 많이 보유했을 것으로 의심하며 특별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맞서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다. 2005년 9·19 합의를 낳았던 6자회담도 2008년 말 북-미 간 검증의정서 채택을 놓고 대립하다 파탄을 맞았다.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은 과거 1993년이나 2008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도화됐다. 1993년은 북한이 플루토늄 몇 ㎏을 추출할 정도였고, 2008년은 실패로 평가되는 1차 핵실험 경험밖에 없을 때였다. 반면 지금은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모두 가동하고 있으며 수소폭탄 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비핵화 검증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가 될 전망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대상 목록을 선정하고 신고, 검증을 거친 뒤 평가를 하게 된다. 북한의 신고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 우리가 얼마나 정보를 갖고 있느냐, 또 얼마나 치밀하고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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