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현 선수가 15일 오전 강원도 평창선수촌을 나서며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구성을 마치고 16일 첫 회의를 열기로 하면서, 앞으로 위원회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원회는 4월 말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북한과 실무접촉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회담 날짜를 확정해야 한다. 또 남북 정상이 회담에서 다룰 의제와 회담 진행 방식 등을 집중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양에서 열렸던 과거 두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판문점에서 열리는데다, 상대적으로 시간도 촉박한 만큼 남북이 다뤄야 할 본질적 의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위가 마련하게 될 회담의 의제는 앞선 두차례 남북정상회담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이미 특사단을 맞교환했고, 정상 간 일정한 수준의 ‘교감’이 있는 터라 의제의 폭과 깊이가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회담의 의제는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 현안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종전회담 문제까지를 포함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한의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는 게 이번 회담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뛰어넘어 평화 공존을 제도화할 수 있는 ‘남북 기본협정’ 체결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구 교수는 “핵 문제를 남쪽과 얘기하지 않는다던 북쪽의 기존 태도가 달라졌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원칙적 선언도 구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준비위에 외교·안보 라인 핵심들을 대거 참여시킨 것과 관련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등 ‘본질적 의제’를 다루겠다는 뜻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4월 남북 정상회담이 5월로 예정된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에 앞선 회담인 만큼, 미국이 요구해온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남북 정상이 직접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지난 두차례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비중있게 참여했던 경제 관련 부처가 이번엔 준비위에서 빠진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판문점에서 열리는 실무적인 회담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앞으로 얼마든지 더 만날 수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에 진전이 있으면, 얼마든지 후속 회담을 통해 경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큰 틀이 잡히고,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진전이 담보된다면 후속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문제는 언제든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준비위원에 포함시켜, 정상회담 과정에서 제기될 경제협력 문제 등에 대비했다.
정상회담 의제 개발과 전략수립은 특사단의 일원으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던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주도하는 의제분과에서 실무 책임을 맡는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실무형’이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남쪽 정상이 평양을 방문했던 1·2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실무적인 준비 과정 역시 매우 간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대규모 수행원단을 꾸려 방북 길에 올랐던 앞서 두차례 회담 때 남북은 여러차례 사전 실무접촉과 선발대 파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대표단 구성과 규모 △상봉 및 회담 형식 △체류 일정과 왕래 절차 △통신·보도 △경호·의전 등까지 세밀하게 확정했다. 이번엔 이런 절차적 문제는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인환 김보협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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