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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미사일이냐 위성이냐’ 북-미 간 논쟁 어디로

등록 2018-04-22 09:48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난 2월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전했다. 연합뉴스
지난 2월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전했다. 연합뉴스
5월말이나 6월초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화성-15형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미국 전역이 북한의 핵공격 사정권에 들어간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위성 발사와 얽혀 있어, 북-미 관계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군사용 미사일 발사와 평화적 위성 발사를 구분했다.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북극성, 화성-12형, 14형, 15형 등을 발사할 땐 탄도미사일 발사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대포동, 은하-2호(광명성-2호), 은하-3호(광명성-3호), 광명성-4호 등 은하 계열의 발사 때는 “평화적 우주개발을 위한 위성 발사”라고 주장했다.

발사 방식도 달리했다. 스커드나 노동 등은 은밀하게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주로 이른 새벽에 쐈으며, 발사 장소도 북한 전역으로 특정되지 않았다. 반면 은하 계열 발사체들은 고정된 거치대에 올려져 발사됐다. 처음에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을 이용했고, 나중엔 더 확장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했다. 발사 준비에만 며칠이 소요됐고, 발사 시간은 주로 아침 낮 시간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두 부류를 구분하지 않았다. 은하 계열 발사에 대해 ‘위성 발사’라는 북한의 주장을 철저히 배척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 또는 ‘위성으로 위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은 이들 은하 계열의 발사체가 발사될 때마다 “모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안을 주도해 통과시켰다. 탄도미사일 발사와 위성 발사가 기본적으로 같은 로켓 기술을 사용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평화적 우주개발은 주권 국가의 합법적 권리”라며 반발해왔다.

이런 입장차는 북-미 간 중요한 합의를 좌초시킨 배경이 된 적도 있다. 북-미는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인 2012년 2월 ‘2·29 합의’를 했다. 미국이 북한에 24만t의 영양 지원을 하고 대신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을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은 두달 뒤 ‘은하-3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2·29 합의 위반이라며 발사 중단을 요청했으나 북한은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 발사’라며 강행했다.

북한은 위성 발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국가우주개발국의 현광일 과학개발부장은 2016년 8월 <에이피>(AP) 인터뷰에서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더 많은 지구관측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며 달 탐사도 10년 안에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간 충돌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

최근 사태 전개는 북한의 논리 쪽에 힘이 실린다. 북한은 지난해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잇따라 발사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외부에 알렸다. 이에 따라 은하 계열 발사체의 발사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위장 위성 발사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 땅이 좁아졌다. 트럭에 싣고 다니다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발사할 수 있는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있는데, 굳이 고정된 거치대에서 며칠씩 준비작업을 거쳐 발사하는 은하 계열 발사체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미국이 북한의 위성 발사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이는 과거 자신들의 주장이 잘못된 억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고 북한이 위성 발사를 포기할 것 같지도 않다.

타협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 대포동 발사의 포기 조건으로 미국의 위성 대리 발사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년 전 아버지의 제안을 지금 염두에 두고 있을진 의문이다.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기술 개발 단계였지만 지금은 이미 두차례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경험이 있는 등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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