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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정상회담 열쇳말 ‘평화’…“적대에서 공존으로 대전환을”

등록 2018-04-26 07:40수정 2018-04-26 07:55

한반도 전문가 30명의 제언

12명이 ‘전쟁없는 한반도’ 강조
작년 일촉즉발 위기 상황 반영
이젠 70년 갈등관계 씻어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정착 기대
“역대 최고 한국 뉴스”로 일컬어지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한 단어를 고른다면 무엇일까?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평화’를 첫손에 꼽았다.

<한겨레>는 23~24일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에게 ‘2018 남북정상회담 상징 열쇳말’을 예시 없이 물었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30명 가운데 12명(40%)이 ‘평화’를 제시했다. ‘비핵화’를 꼽은 이가 4명(13%), ‘비핵(화)+평화(체제)’라는 두 단어를 한 묶음으로 내놓은 이가 4명(13%)이었다. ‘길잡이’를 제시한 전문가도 2명(7%)이다. 나머지 8명은 통일·반전·전환·공존·판문점 등 여러 상징어로 흩어졌다.

전문가들의 이런 의견 분포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평화, 새로운 시작”을 공식 슬로건으로 정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평화’를 ‘비핵화’보다 세배나 높은 비율로 꼽은 사실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나라 안팎의 언론이 ‘한반도 비핵화’ 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여부’에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둬서 보도하고 있는 현실과 사뭇 달라서다. 그만큼 2017년 한반도 전쟁위기의 기억이 생생할뿐더러,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70년 적대와 갈등을 뒤로하고 반드시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바람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평화’를 꼽은 이들은 이번 회담이 “전쟁의 공포·위협 없는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 “공존·번영의 동북아” 등으로 가는 전기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구갑우(북한대학원대)·문장렬(국방대)·박명림(연세대)·이근(서울대)·전봉근(국립외교원) 교수 등이 평화를 제시했다.

세종연구소의 진창수 소장, 백학순 수석연구위원,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과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포인트이자 평화체제·남북관계개선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고 짚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남과 북이 ‘안보-안보 교환’을 통해 ‘비핵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비핵화+평화체제’를 한 묶음으로 간주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핵화와 함께 가는 평화 정착”을 제시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과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길잡이’를 열쇳말로 꼽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방향을 잡고,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윤곽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이 ‘중매·중재자’를 넘어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 회담 성패 가를 핵심 쟁점 “북핵·ICBM 2년 내 폐기 합의 땐 대성공”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으로 단연 북한의 비핵화를 꼽았다. 복수응답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이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라고 지목했다. 종전 선언과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진전이 뒤를 이었으나 비핵화에 대한 관심에는 훨씬 못 미쳤다. 북핵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의 본질적 의제라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핵화 쟁점의 내용에 대해선 강조점이 조금 달랐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묶어서 제시한 의견이 1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비핵화 의지 확인 및 표명(8명), 비핵화의 구체적 실행방안(8명)을 지목한 의견도 비슷했다. 모두 비핵화와 연결된 사안이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합의의 수준까지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핵심 쟁점으로 꼽고 “남북한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을 합의의 목표로 둘 것을 제안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을 통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것 이상의 한층 진전된 의지를 확인하는 게 모든 문제를 푸는 핵심고리”라며 “다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타결되는 빛나는 순간을 남겨두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에선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1991년 맺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이행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실행방안을 쟁점으로 꼽은 이들은 시한을 설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구체적인 시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하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에선 남북은 향후 2년 안에 한반도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는 정도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으면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핵화의 구체적인 목표와 과정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남북한 사이에는 무엇을 비핵화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적지 않다”며 “이를 조율하는 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어느 단계를 비핵화로 인정할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추상적인 수준에서 북한의 핵폐기 노력을 평가하고 인정함으로써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봉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합의를 예상하지만,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의사 천명 등 구체적인 진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대한 보상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핵심 쟁점은 비핵화에 대해 한국과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가 어떤 보상을 할 것이냐”라며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이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 전문가들이 꼽은 ‘3대 의제’ 전망

① 비핵화 “김정은, 최소한 비핵화 의지 표명해야…로드맵 도출 땐 이상적”

한반도 비핵화 의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해야 할 최소한의 결과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꼽았다. 이상적인 합의 목표로는 두 정상이 비핵화의 방식과 대상·시한 등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명의 전문가 가운데 33%(10명)가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초 방북한 대북특사단 면담과 4월 초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부로 비핵화 의사를 밝혔으나, ‘말의 진전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여전히 만만찮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발 나아가 남북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합의문에 명기”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미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이 채택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1년) 등 수차례의 비핵화 합의가 유명무실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 지도자가 노력한다’고 합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수준이라고 지목한 전문가도 3명 있었다.

문장렬 국방대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이 합의의 최대치로 꼽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번 회담에서 얻어야 할 최소한의 성과라고 짚었다.

반면 두 정상이 다다를 수 있는 ‘합의의 최대치’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화된 로드맵을 제시한 전문가들(10명·33%)이 가장 많았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최대치는 비핵화의 방식, 대상, 시한에 합의 내지 공감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쪽에서 끊임없이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의지를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8명이나 됐다. 일부 전문가들(2명)은 북한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포기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라고 답했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국(HK)연구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소 “비핵화 원칙하에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최대 합의 목표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병행 추진할 것을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3명) 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3명)는 의견만 보내온 전문가들도 있었다. 전문가들마다 기대치는 달랐으나, 비핵화 문제에서 분명한 진전을 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② 평화 정착 “종전선언·평화협정 추진…군사적 신뢰 구축도 기대”

전문가들은 27일 남북정상회담의 3대 의제 중 하나인 ‘평화정착’과 관련해 거둘 성과로 단연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최소 합의수준으로 ‘종전선언 추진’이나 ‘평화체제 전환 추진’ 등을 표명한 이가 참여자의 절반이 넘는 17명이었다. 최대 합의 수준에서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평화협정 논의 시작 등이 2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한반도에 68년간 완고하게 자리잡은 냉전체제가 종식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먼저 최소 합의수준으로 문장렬 교수는 적어도 “남북 사이의 종전과 평화체제 전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고, 홍민 연구실장은 “3자(남·북·미) 종전 의사 확인 합의문화”를, 정욱식 대표는 “종전과 평화협정에 대한 의지 표명”을 기대했다. 정성장 연구실장은 “남북이 2년 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간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4자 정상의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하는 것”을 제시했다.

최대 합의수준에서는 고유환 교수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등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로드맵 작성 합의”를 내다봤으며, 임을출 교수는 “남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관련국이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합의”를 기대했다. 위성락 전 본부장은 “평화협정 논의 시작 합의”를, 양무진 교수는 “남·북·미의 평화선언과 남·북·미·중의 평화협정 논의 명시”를 꼽았다. 또 전봉근 교수, 구갑우 교수, 이근 교수 등은 의제의 최소·최고 합의수준을 따로 구분하진 않은 채 “4자 평화포럼 가동 및 평화선언 추진”, “평화공존의 제도화”, “종전선언” 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른 의견으로는 최소 합의수준에서 고유환 교수가 “상호비방 중지”,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등을, 서보혁 교수는 “당국간 회담 정례화, 군사훈련 사전 통보, 비방 중단 등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을, 이우영 교수는 “북한의 대남 도발행위 중단 및 남한의 공동훈련 축소” 등을 꼽았다. 또 최대 합의수준에서는 박명림 교수가 “남북간 장기적 독립·공존”, “북-미 국교 정상화” 등을 기대했고, 진창수 소장이 “비무장지대의 평화지역 선언 등 구체적 조치”를, 김동엽 교수가 “긴장완화와 군사·정치적 신뢰 구축 조치”를 들었다. 비교적 조심스러운 접근도 있었다. 윤덕민 전 원장은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비핵화와 연계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현욱 교수도 “남북간 위협요인 제거에 기반한 구체적 합의점 마련은 어렵지만, 종전선언 등을 통해 무언가 모멘텀을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③ 남북관계 “이산가족 상봉 성사시키고, 사회·문화 교류 협력”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018 남북정상회담 3대 의제의 하나인 ‘남북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과 관련한 ‘최소 목표치’로 ‘이산가족상봉’(12명·40%)을 첫손에 꼽았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남북 지도자가 결단하면 성사될 수 있는 일인데다,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 1세대가 급증하는 등 시급한 사정 탓이다.

대북 제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회·문화·예술·스포츠 분야 교류’ 관련 합의를 ‘최소 목표치’로 제시한 이도 11명(37%)에 이른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남북관계는 한국의 독자적인 노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의제”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서 밝힌 비정치적 교류협력 증진 목표 관련 합의를 이루는 게 최저치”라고 짚었다.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정체·후퇴한 탓인지 △정상회담 정례화(6명·20%) △분야별 회담 상시화(4명·13%) △다음 정상회담 일정 합의(2명·7%) △판문점 회담 체제 상시화(1명)처럼 지속적인 남북대화에 대한 합의를 강조한 전문가가 많았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하고도 지금껏 실천하지 않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이번 회담을 계기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4명·13%)도 있었다.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최대 목표치’는 진폭이 컸다. 국제적인 대북제재 국면에서 경제협력 등 남북이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아서인지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는 수준에 맞춰 ‘조건부로 경협 등 교류협력 확대에 합의하는 게 최대’(8명·27%)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비핵화 관련 구체 합의를 전제로 “북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노선 결정에 따라 경협의 중요성이 부각되므로 경협의 큰 그림이 제시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각종 경협 프로젝트 재개에 합의”하는 것을 꼽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이) 경제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리라고 본다”면서도 “제재 때문에 외부적으로, 성과로서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남북 연락사무소(대표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3명·10%)도 나왔다. 직통전화를 운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기존 판문점 연락사무소 대신 남북 정부 관계자, 당국자가 상시 근무하며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는 얘기다. 남북기본협정을 맺거나 이를 위한 준비위원회 가동에 합의해야 한다(3명)는 의견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평화군비통제의 프로세스를 담는 남북기본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 최대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 “김정은, 체제안전 보장·평화체제 구축 가장 원할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상하는 최대 목표는 체제 안전 보장과 이를 담보할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돼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절반이 넘는 17명의 전문가들이 이런 응답을 보내왔다.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과 맞물리면서 김 위원장의 구상을 키우는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최대 목표는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북-미 관계 정상화일 것”이라며 “궁극적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으려는 목표의 최소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의견이 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미국의 공격 저지나 비핵 평화체제를 꼽은 전문가도 각각 4명에 이르렀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인증을 받는 정도라는 전망이 뒤를 이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으로선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게 최대 목표”라며 “남북관계에서만이라도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이번 회담의 최소 목표”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구상을 체제 안전 보장과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이들은 최근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이라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한 데 주목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핵 있는 경제빈국’이냐, 아니면 ‘핵 없는 신흥개발도상국’이냐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후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제 안전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김 위원장의 최대 목표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월9일 이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지원을 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주기를 바랄 것”이라며 “한국의 우호적 개입을 유도하는 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지향하는 최대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핵 폐기와 동시에 북-미 수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면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의 협조를 기대할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핵의 평화적 이용과 위성 발사에 대한 미국의 용인을 받으려 한국의 지원을 끌어내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최소 목표를 남북관계 개선과 미국의 제재 완화, 정상국가 이미지 확보 정도로 보는 이들 가운데선 북한의 전략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북핵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기고, 남북정상회담에선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발전에서만 합의를 추구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를 합의에 넣더라도 원론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 위원장은 비핵화 논의에서 가급적 한국을 소외시키려 할 것”이라며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평화정착 논의를 활성화해 한국과 미국의 거리를 벌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조사 참여 전문가 30명>

고유환(동국대 교수),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연철(통일연구원장), 김용현(동국대 교수), 김준형(한동대 교수),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문성묵(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문장렬(국방대학교 교수), 박명림(연세대 교수), 백학순(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위성락(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윤덕민(전 국립외교원장), 이관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근(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혜정(중앙대 교수), 이희옥(성균중국연구소장), 임강택(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전봉근(국립외교원 교수),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조동호(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진창수(세종연구소장),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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