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 남북정상은 27일 오전 판문점 T2(왼쪽)-T3 사이의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맞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티투)과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티스리) 사잇길을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다. 길이 20m, 폭 4m가량의 이 길은 남북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겪어온 통로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의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티투와 티스리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판문점 남쪽 지역 자유의집과 북쪽 지역 판문각 사이 군사분계선 위에는 하늘색으로 칠해진 3개의 건물이 나란히 놓여 있다. 각각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과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로 쓰이는데 영어단어 ‘임시의’(Temporary) 앞 글자를 따서 티원(T1), 티투, 티스리로 불린다. 1953년 휴전 협정 당시 ‘임시로 지었다’는 뜻에서 ‘티’자가 붙었다. 이 가운데 티투, 티스리 사잇길은 북쪽 판문각에서 남쪽 자유의집으로 넘어올 때 가장 빠른 길이다. 군인을 제외한 회담 대표 등 민간인은 티원과 티투 사이를, 군인은 티투와 티스리 사이를 오간다. 애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는 군사분계선이 없었지만 1976년 8월18일 ‘도끼만행 사건’ 뒤 그어졌다. 군사분계선은 높이 5㎝의 콘크리트 턱 형태로 사잇길을 관통하고 있는데, 건물 안에서는 남북 구분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동안 많은 남북한 인사들이 이 티투, 티스리 사잇길을 건넜다. 1978년 6월 남쪽 해군에 붙잡힌 북한 선박 승무원 8명이 바로 이 통로로 북쪽에 송환됐으며, 남쪽으로 표류돼 온 북한 어민들도 송환을 원할 경우 주로 이 사잇길을 통해 북한으로 올라갔다. 1989년 8월15일에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참가했던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길로 남쪽에 돌아왔다. 그는 귀환 직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고양/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