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첫 일정으로 함께 소나무를 심었다.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 소나무가 뿌리내리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4시25분께 기념식수 장소에 먼저 도착해 김정은 위원장을 기다렸다. 기념식수 장소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소 500마리 트럭에 태워 방북할 때 지났던 ‘소떼길’ 옆이다.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 동쪽 옆 공터로 잔디가 깔려있으며 군사분계선이 바로 인근에 지난다. 4시27분 김 위원장은 차량을 타고 이 ‘소떼길’을 통해 남쪽으로 넘어와 문 대통령과 다시 만났다. 두 정상은 미리 심어져 있는 1953년생 소나무 앞에 서서 대화를 나눴다. 소나무 앞에는 한라산 흙과 백두산 흙,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이 놓여 있었다.
두 정상은 흰 장갑을 끼고 각자 삽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흙을, 김 위원장은 한라산 흙을 삽에 퍼서 나무에 세 차례 뿌렸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평양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서울 한강 물을 나무에 뿌렸다. 4시32분 두 정상은 함께 줄을 당겨 표지석을 덮고 있던 천을 거뒀다.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글귀 아래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27일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공동기념식수를 한다. 장소는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떼 길'이다. 사진은 1998년 6월 16일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북한으로 가는 '소떼'를 태운 트럭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지나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기념식수목으로 ‘반송’을 선택한 것은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소나무의 한 품종인 반송은 한국 전역에 분포하는 나무다.
식수 표지석은 파주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한글 서예 대가인 효봉 여태명 선생의 글씨로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글귀를 새겼는데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적접 정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식수에 쓰인 삽자루는 북한의 숲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침엽수이고, 삽날은 남한의 철로 만들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함께 소나무를 심자는 제안은 한국 쪽에서 먼저 했다고 한다. 북한이 나무 종류와 문구 등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 공동식수를 마친 두 정상은 ‘도보다리’까지 단둘이 걸으며 대화 시간을 가졌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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