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필기도구를 전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식 수행원으로 내려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자 국정 보좌역의 면모도 보였다.
이날 아침 9시29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판문점 남쪽 지역으로 걸어 내려올 때 북쪽 수행원들은 미리 티투(T2) 건물 남쪽에서 두 정상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맨 앞에서 김 위원장을 맞은 것은 김 부부장이었다. 두 정상이 걸어 나오자 김 부부장은 조용히 김 위원장을 뒤따라 나왔고, 김 위원장이 남쪽 화동에게 받은 꽃다발은 자연스럽게 김 부부장에게 건네졌다.
이어 두 정상이 전통의장대를 사열하며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중간에 마련된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45도 뒤쪽을 지키며 걸었다. 다른 수행원들이 자유의집을 통과해 행사장으로 이동할 때, 김 부부장은 두 정상을 따라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북쪽 인사한테서 언질을 받은 뒤 서둘러 옆으로 빠진 것을 보면, 김 부부장은 평소대로 김 위원장을 뒤따르다 ‘의전 실수’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부부장은 회색 투피스에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서류철을 겨드랑이에 낀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 1층에서 공동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돕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 부부장은 두 정상이 공식 수행원들과 함께 예정에 없던 단체사진을 찍을 때도 첫줄 오른쪽 맨 끝에 섰다. 사진촬영 뒤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웃으며 악수하기도 했다.
평화의집에 도착해 방명록을 쓰려는 김 위원장에게 펜을 건넨 것도, 오후 ‘1953년생 소나무’를 심는 기념식수 행사에서 김 위원장에게 흰색 장갑을 건넨 것도 김 부부장이었다.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찰떡 호흡’과 이를 뒷받침하는 김 부부장의 그림자 밀착 수행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화동에게 받은 환영 꽃다발을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건네주고 있다. 판문점/남북공동사진기자단
김 부부장은 남북 정상이 각각 2명의 배석자만 두고 진행한 오전 정상회담에도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참석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월 초 대북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면담 자리에 배석한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김 위원장의 왼쪽에 앉아 김 위원장의 발언을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이었다.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 때는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는 등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러왔다.
김여정(가운데)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양국정상의 식수 행사를 마치고 남측 수행원들과대화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에게 “(김 부부장이)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돼 있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불렀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실제 지난 2월 방남 당시 김 부부장의 밝은 모습은 남쪽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에게 “김여정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란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 속도로 삼자”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공동취재단/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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