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1층에서 공동선언문에 서명 후 교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정상회담에서 개성 지역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앞으로 경제협력을 포함해 정치·사회·문화 등 사실상 남북관계의 모든 주제와 관련해 상시 협의할 수 있는 당국 차원의 상설 창구가 마련되는 셈이다. 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 지역에 설치될 전망이다.
27일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선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밝히며 “여기서 10·4 정상선언 이행과 남북경협 사업의 추진을 위한 공동조사연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걸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문점선언에는 남북이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 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연락사무소의 위상과 기능 등을 규정했다. 정부는 관련 설명자료에서 “당국 간 협의 채널”임을 분명히 한 뒤, “남북관계 진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촉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북이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한 게 처음은 아니다. 남북은 1990년대 초 고위급회담에서 판문점 연락사무소 설치·운영에 합의(남북기본합의서 1장7조)했다. 이후 판문점 남북 지역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세웠지만, 지금 판문점 연락사무소는 남북 직통전화 운용 수준으로 그 기능이 축소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설치에 합의한 개성지역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연락 업무뿐 아니라 10·4 정상선언에 담긴 다양한 경협사업을 시작으로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협의 분야를 넓혀갈 전망이다.
남북이 사무소를 이끌 당국자의 격을 고위급으로 높이면 협의의 수준도 실무 조정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2005~2008년 개성공단에 설치·운영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현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는 대체로 실무 협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동연락사무소’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 당국자가 한 건물에서 함께 근무할 것이기 때문에 면대면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남쪽이 1층, 북쪽이 2층에 사무실을 두고 한 건물에서 근무하며 경협 문제를 협의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선례가 원용되리라 예상된다.
정부는 관련 설명자료에서 “연락사무소 설치 시 남북 간 정치적 신뢰 구축 진전과 교류 협력 확대 촉진, 남북관계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 등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연락사무소 설치가 남북이 두 주권국가의 정상관계를 지향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연합적 형태의 거버넌스를 한반도에서 제도화하는 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연합적 거버넌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서로의) 주권성을 인정하지만, 공동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지표”라고 짚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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