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21일 황해북도 개성시에 준공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청사. 사진공동취재단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설치하기로 한 개성지역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기사: 개성에 연락사무소 두고…)는 개성공단 안에 있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현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이하 협의사무소)’ 건물을 다시 활용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 때문에 당장 개성공단 문을 열긴 어렵겠지만, 이 공간에 공동연락사무소가 들어서면 향후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점검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비어있는 협의사무소 이용하면 가장 편해”
개성공단 안에 있는 협의사무소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 당국자와 민간 단체 파견자들이 들어가기만 하면 돼 간편하다. 개성공단 안에 있어 2년 동안 중단 상태에 있는 공단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당장은 대북 제재 때문에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기 어렵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잘 이뤄지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전에 따라 제재가 풀리면 개성공단 재가동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협의사무소가 개성공단 안에 있긴 하지만, 그 사무소를 쓴다고 해서 당장 공단이 재개되는 것이 아니라 제재 위반 논란이 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사무소가 현재 비어있는 상태”라며 “이 사무소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한 방식이다. (이번에 설치하기로 한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 안에 있는 옛 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지으면 자연스럽게 공단도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협의사무소, 어떻게 만들어졌고 뭘 했나
남북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7월12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10차 회의에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설 및 운영’에 합의했다. 이미 2003년 11월5∼8일 평양에서 열린 7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2004년 상반기에 사무소를 열기로 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북 사이 교역 규모가 2002년에 6억4173만달러에 달하고, 협력사업 승인 건수도 19건에 이르는 등 민간 차원의 경제교류협력이 급진전 되는데, 정작 관련 협의는 중국 등 제3국에서 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남북은 개성공단 안에 직거래 확대 등 경제협력 사업의 실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사무소를 만들어 교류·협력 당사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남북 교역을 활발히 하고자 했다. 2004년 6월 개성공단 착공식이 이뤄지자 남북은 사무소 건물 신축에 돌입했다. 사무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별관에 입주했지만, 2007년 12월 별도 청사가 지어졌다.(사진 참고) 남북 당국자와 민간단체 파견자들은 한 건물을 쓰면서 각자의 공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모두 마련했다. 1층엔 통일부, 경제부처, 무역협회 등 15명 안팎의 남쪽 인원이, 2층엔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교류협력 가운데 경제협력 문제 전담한 단체) 등에서 파견된 북쪽 인력 10여명 상주했다. 남북 당국자가 한 건물에 근무했던 유일한 공간이다. 협의사무소는 △남북한 사이 교류협력에 관한 연락 및 실무적 협의 지원 △대북 교역 및 투자 등에 대한 알선 및 상담 △남북한 교역 당사자 사이의 연락 지원 △남북경제교류협력과 관련된 방북 인원의 편의 제공 △남북한 교역·투자와 관련된 정보·자료 제공 △교역상품전시회 등 남북경제교류협력 촉진활동 추진·지원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된 기관·단체와의 연락 및 협의 지원 등의 기능을 했고, 그 밖에 남북한 교역 및 투자의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남북한 합의에 의해 위임된 업무를 수행했다.
남북은 전화, 팩스뿐 아니라 협의사무소 직원들의 직접 접촉 통해 업무를 수행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2월29일 경제교류협력 이외에 사회문화 등 다른 분야의 교류협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필요성을 인정하고,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명칭을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변경했다.
2017년 12월21일 황해북도 개성시에 준공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청사. 사진공동취재단
■ 협의사무소 문이 닫힌 이유
하지만 북한이 2008년 3월27일 “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는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남쪽 정부 당국 인력 11명을 추방하면서 한동안 무역협회, 코트라,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입은행 등에서 파견된 인원만으로 사무소가 운영됐다. 이어 그해 12월1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중단과 남쪽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이유로 육로통행 제한, 개성관광 중단 등 1단계 남북관계 차단 조치인 ‘12·1 조치’를 취하면서 사무소를 폐쇄했다. 이후 6개월 동안 기능이 정지된 상태로 있다가, 2009년 6월부터 이곳에서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실무회담, 금강산·개성 관광 관련 실무회담, 개성공단 3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실무접촉 등이 열렸다.
2009년 9월7일 다시 정상 운영을 시작했지만, 북한은 2010년 5월26일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관련한 우리 측의 ‘5·24조치’에 반발해 다시 일방적으로 협의사무소를 닫았다. 그 후 북한은 2011년 1월 협의사무소를 정상 운영하겠다고 통보해왔지만, 남쪽 정부는 북쪽이 일방적 조치를 되풀이하지 않고, 남쪽 파견자의 신변안전, 편의제공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거부했다. 대신 서울에 사무소를 설치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개성지역에 있는 이 사무소는 말그대로 비어있는 상태다.
■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정치·경제·사회·문화 소통창구 될 듯
앞으로 만들어질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 합동 소통 창구가 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낸 2018 남북정상회담 결과 설명자료에도 공동연락사무소가 “당국 간 협의채널”임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또 연락사무소 설치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촉진을 기대”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정부는 “연락사무소 설치 시 남북 간 정치적 신뢰 구축 진전과 교류 협력 확대 촉진, 남북 관계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 등 남북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