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학술회의 ‘문재인 정부 1년과 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에 참석한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명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의 모습.
남북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발표한 ‘올해 안 종전선언’에 중국이 남-북-미와 함께 참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전문가들이 중국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화협정 체결의 시작점인 종전선언을 남-북-미 3자가 아닌, 남-북-미-중 4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3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학술회의 ‘문재인 정부 1년과 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에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먼저 하겠다고 밝힌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 입장이 미국과의 조율 결과”라고 본다면서도 “(발표한 방침을) 수정할 수 있으면 수정해야 한다.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을 뺀 종전선언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정부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강조해) 시진핑이 전화를 안 받는 것 같다. 앞으로 한-중 간 상당히 복잡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인 2일 청와대는 남북 두 정상이 올해 안에 추진하기로 합의한 종전선언에 중국의 참여를 필수조건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적 의미인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가 하고, 제도적 장치인 평화협정은 중국을 포함한 4자가 맺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국회의원도 이날 학술회의에서 “중국은 스스로를 북핵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 만큼 중국도 노력한다. 정세현 장관의 말처럼 종전선언에서 중국이 빠질 수 없다”고 짚었다.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은 중국 사정에 밝은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극단으로 치닫던 한-중 사드 갈등을 물밑에서 조율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세현 이사장은 또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역할을 하려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중국이 동의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재, 압박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북한 비핵화를 옆에서 촉진시켜야 할 지리적 위치에 있는 중국을 처음부터 빼고 움직임을 시작한다는 게 효율적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중국을 빼서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나중에) 나오지 않으려면 중국을 정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에 엔(N)분의 일 자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참여로 대북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둔 면이 있는데, 종전선언에서 중국을 빼고 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2018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인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중국이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기 때문에 종전선언부터 같이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실질적 당사자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종전선언에 중국이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한다. (남-북-미 종전선언 추진에는) 북한의 의도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1994년) 군사정전위원회 대표부에서 중국을 철수시켰다. 북-미 대결구도로 가져가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며 “그런 구도로 볼때 한국을 뺄 수 없으니 3자가 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1979년 미-중 수교가 이뤄졌고,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상황에서 아직까지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북한과 미국이 중심이 되어 종전선언을 해야 하는데, 실질적 당사자인 한국을 뺄 수 없으니 한국까지 포함해 3자가 함께 종전선언을 한다는 얘기다. 고 교수는 현재 갑론을박이 이뤄지는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남-북-미-중 4자 평화협정’에 대해 “(종전선언에) 너무 의미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적 선언을 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전쟁 전문가인 박명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연세대 교수)는 “외교관계가 한-중, 미-중, 북-중이 좋으니까 현실적으로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평화협정에(는) 참여하라고 한다면, 종전선언은 무엇에 대한 것이냐”며 “이런 국제관계는 알지 못한다. 중국의 국익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한국전쟁 시절 자신들의 역할에 비쳐봐서 중국이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적 선언에 중국을 배제시켜서 얻을 실익이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종전선언의 의미를 국제법적인 구속력, 이런 의미로 자꾸 이해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국제법적 규범력을 가지는 게 아니라 한반도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의미의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다”라고 반박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