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두번째 ‘깜짝 만남’ 이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만남 이후 북-미 양쪽에서 나오는 신호가 긍정적이다. 회담 일정·장소뿐 아니라 핵심 의제를 둘러싸고도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으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선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음을 내부에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치 1면 전체에 걸쳐 사진 8장을 곁들여 김 위원장의 폼페이오 장관 접견 사실을 전하며 “(폼페이오 장관이) 조-미(북-미) 수뇌회담 준비를 위하여 우리 나라를 방문하였다”고 보도했다. 북쪽이 매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다가온 조(북)-미 수뇌상봉과 회담이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 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만남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듣고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사의를 표했다”고도 했다.
<조선중앙티브이>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있으며 “조-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사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처음 언급된 ‘새로운 대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노동신문>은 이번 접견에서 “조-미 수뇌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인 문제들과 그에 해당한 절차와 방법들이 심도있게 론의(논의)되였다”며 “(김 위원장이) 미합중국 국무장관과 토의된 문제들에 대하여 만족한 합의를 보시였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의 날짜, 장소 등이 확정됐으며 의제 조율도 큰 틀에서 이뤄졌음을 내비친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인 억류자 3명을 풀어준 사실을 신문이 대대적으로 전한 대목에서도 북쪽의 기류가 엿보인다.
“의제와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북-미 간) 의견 차를 상당히 좁힌 듯하다”(정부 관계자)는 평가가 다수를 이룬다. 실제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김 위원장과의 접견에 대해 “성공적 회담을 위한 여건들을 확실히 갖추기 위해 어떤 식으로 조율해 나갈지 실질적으로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며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 생각에 이것(북-미 정상회담)은 매우 성공적인 거래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까지 이날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에 대해 “이러한 협상들이 유익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이유가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이뤘다는 “만족한 합의”의 내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의 핵 전략자산 전개 중단’부터 ‘경제제재 해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으리라고 짚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뭔가가 오고 가지 않았겠느냐”며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 같은 구체적인 군사적 조치부터, 평화협정, 북-미 수교 이야기까지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디테일까지는 아니어도 큰 틀의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 같다”며 “북한의 핵 사찰,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사찰이 끝날 때가 되면 제재를 완화한다거나, 2020년 5월까지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시브이아이지(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를 교환한다는 얘기를 했을 걸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는 “북-미 정상회담은 워낙 전례가 없는 빅게임인데다 최고 리더십의 판단과 협상이 결정적이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지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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