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북, 풍계리 폐쇄 날짜 못박고 ‘완전한 비핵화’ 첫발 뗐다

등록 2018-05-13 21:13수정 2018-05-14 12:58

핵실험장 이달 23~25일 완전 폐쇄

미래핵 제거 ‘비핵화 진정성’ 강조
북미 정상회담전 선제 조처 보여
트럼프 “고맙다, 똑똑한 몸짓” 환영

한·미·중·영·러 언론에 공개키로
‘과거사 청산’ 문제남은 일본 제외
IAEA 등 핵전문가 초청 여부 관심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북한이 2006~2017년 1~6차 핵실험을 모두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23~25일 폭파해 “완전 폐쇄”할 것이며, 이를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12일 밤 ‘외무성 공보’ 형식을 빌려 발표했다. 12일 밤부터 13일에 걸쳐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텔레비전> <노동신문> 등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앞서 4월2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다.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결정의 후속 실천 일정을 공표한 것이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한테 외부에 공표해도 좋다며 밝힌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한·미 전문가·언론인 초청’ 방침의 공식화다.

핵실험장 폐쇄는 북한의 ‘미래 핵’을 제거하는 핵심 조처의 하나다. ‘핵무력’의 유지·향상엔 꾸준한 핵실험이 필수인데, 핵실험장 폐쇄로 ‘추가 핵실험’의 물리적 기반을 없애버리는 것이어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는 한·미 등의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여전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실물’을 내놓아 누그러뜨리고 ‘비핵화 진정성’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장기 억류 미국인 3명 석방(9일)에 이어 핵실험장 폐쇄로 미국의 대북 여론을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쪽으로 돌려 김 위원장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싱가포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높이려는 조처로도 볼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 직후인 12일 오후(현지시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고맙다(thank you), 매우 똑똑하고(smart) 호의적인(gracious) 몸짓!”이라고 반색했다.

북한 외무성은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23~25일 “일기 조건을 고려하며 진행” △핵실험장 모든 갱도 폭발·붕괴, 입구 “완전 폐쇄” △지상 모든 관측설비·연구소·경비구분대의 구조물 철거 △경비·연구 인력 철수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핵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과정을 국제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해 국제기자단을 중국·로씨야(러시아)·미국·영국·남조선(한국)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고 단서를 달았다. 북쪽은 ‘국제기자단’의 방문·취재와 관련해 △중국 베이징~원산 항로 전용기 운항 보장 △원산~풍계리 사이 특별전용열차 편성·운용 △원산에 기자단 숙소·통신센터 설치·운용 등을 약속했다.

북쪽은 ‘국제기자단’ 선정 기준을 밝히지 않았는데,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해체·폭파 때 6자회담 참여국 대표를 초청한 선례에 비춰 일본이 빠지고 영국이 포함된 대목이 눈에 띈다. ‘공식 핵보유국’으로 비핵화 체제(레짐)를 관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중·영·프·러) 가운데 북한과 미수교국인 프랑스를 뺀 4개국에 최근 한반도 정세 급변의 동력원인 남·북·미 3각 공조의 파트너인 한국을 더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본 제외’에는 ‘과거 청산’(일본의 대북 식민지배 배보상+납치자 문제)과 관계 정상화 문제를 두고 북-일 간 ‘밀당’이 한창인 상황도 작용한 듯하다.

핵실험장 폐쇄 현장의 ‘생중계’는 일단 배제된 듯하다. 북쪽이 외무성 공보에서 “핵시험장 폐기 상황을 (풍계리) 현지에서 취재·촬영한 다음 (원산)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협조”한다고 밝혀서다. 영변 냉각탑 해체 장면도 녹화중계로 외부에 전해졌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 핵 전문가들의 초청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우리는 추가 세부 사항을 더 알기를 고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쪽이 핵 전문가들을 초청할지를 두곤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대학원대의 양무진 교수는 “(국제 핵 전문가도 부르겠다고) 문 대통령과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구갑우 교수는 “검증·사찰로 비칠 수 있는 핵 전문가들의 방북은 북-미 정상회담 뒤에나 가능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북쪽으로선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들의 핵실험장 폐기 현장 방문이 안팎에 검증·사찰·굴복으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