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잇따른 방중 및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14일 중국을 방문해 과학기술 현장을 둘러봤다. 북-중이 본격적인 경제, 과학기술 교류·협력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15일 이러한 사실을 각각 보도하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노동신문>은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전날인 14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을 방문한 참관단에는 김능오 노동당 평안북도 당위원장, 김수길 노동당 평양시 당위원장, 류명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등이 포함됐다고 전해진다.
14일 참관단이 평양 국제공항을 떠나는 현장에는 리수용 당 국제부장(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가 직접 나와 참관단을 배웅했다고 <노동신문>은 밝혔다. 이어 참관단이 같은날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공항에는 왕야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 부부장과 대외연락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지재룡 주중국 북한대사가 마중을 나왔다고도 전했다. 북한 노동당의 고위급 인사로 꾸려진 친선참관단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우는 중관춘으로 이동해 중국 과학원 문헌정보센터 등을 둘러봤다고 알려졌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지난 3차 전원회의 결과를 실천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참관단 단장인 박태성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수길 당위원장 등은 지난 4월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 참여해 두번째 의정 보고 주제인 ‘과학교육사업의 혁명적 전환’에 대해 토론을 한 인물이다. 이때 의정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과학교육 사업의 발전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는 전략적 구호 아래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자고 한 것이다. 북한이 과학기술을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 중국과 협력하려 한다고 보여지는 이유다.
한편, 이번 친선참관단의 중국 방문은 201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중국에 간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해 5월, 4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4시간에 걸쳐 정상회담과 만찬을 했다. 세 달 뒤 김 위원장은 다시 중국을 방문해 창춘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또 정상회담을 했다. 같은 해 10월 중국은 북한의 각 시·도 당 위원장을 초청해 주요 경제 현장을 둘러보도록 했다. 당시 북한은 평양(직할시), 남포(특급시), 나선(특별시)과 9개 도의 당위원회 책임비서(현 위원장) 12명으로 구성된 노동당 친선대표단을 중국에 보냈다. 이들은 7박8일동안 중국 베이징, 상하이,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경제 현장을 방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지만, 속도만큼은 더 빠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3월 전격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그로부터 40여일 만인 지난 7∼8일 다시 중국 다롄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났다. 그로부터 6일 만인 14일 북한 친선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