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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번도 안 쓴 3·4번 갱도까지 폭파…‘완전한 핵폐기’ 의지

등록 2018-05-24 18:45수정 2018-05-24 23:39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어떻게
북, 핵폐기 공언 34일만에 실행
갱도 입구·내부도 폭약 터뜨려
관측소·막사 지상시설 함께 철거
북 “인원 철수·지역 폐쇄 이어질것”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 핵실험장 폐기 의식’이 24일 실행됐다. 북한이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총력 집중’ 새 전략 노선을 채택하고 “북부 핵실험장(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한 지 34일 만이다. 핵실험장 폭파가 진행된 이날 오전 11시~오후 4시 무렵 풍계리는 맑은 가운데 26도 정도의 기온이 유지돼 일기 조건도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에서 가동 중인 마지막 핵실험장으로 알려진 풍계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쪽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대략의 계획을 이미 공개했다. ①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들, 폭발 방법으로 ‘붕락’→②갱도 입구 완전 폐쇄→③모든 지상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 구분대 구조물들의 순차적 철거 순서다. 아울러 핵실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 인원과 연구사들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고 주변을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상업위성 사진을 보면, 북쪽은 23일 이전부터 일부 시설 철거를 시작한 듯했다.

‘폐기 의식’의 핵심은 갱도의 입구와 내부에 폭약을 설치해 완전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핵실험장 폐기는 예고대로 갱도, 관측소, 단야장, 생활건물, 막사(군 건물) 등을 차례로 폭파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현장에 나온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취재진에게 “(핵실험장 폐기의) 마지막 행보는 모든 인원의 완전한 철수와 핵실험장을 둘러싼 지역의 최종적 폐쇄가 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2006년 10월 첫 핵실험 이후 지난해 9월까지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풍계리 핵실험장엔 갱도 4개가 있으며, 길주군 시내에서 42㎞ 떨어진 만탑산(해발 2205m) 계곡에 있다. 1차 핵실험은 1번 갱도(1차 핵실험 뒤 폐쇄), 2~6차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진행됐다.

주목 대상은 3·4번 갱도도 이날 모두 폭파됐다는 점이다. 2012년 3월 완성된 남쪽의 3번 갱도는 최근까지 유지·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4~5차 핵실험 당시 굴착공사가 중단됐던 4번 갱도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재개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선 풍계리 핵실험장이 ‘핵실험으로 붕괴해 무용지물’이라 주장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한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한 바 있다. 이 분야에 정통한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3·4번 갱도의 폭파 여부와 그 정도에 (완전한 폐기 여부가) 달렸다”고 짚었다.

이날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폐기 의식’ 뒤 낸 성명을 봐도 북쪽은 ‘3·4번 갱도 폭파 확인’에 의미를 뒀다. 성명은 “핵시험장의 2개 갱도들이 임의의 시각에 위력이 큰 지하 핵시험들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이 국내 기자들과 국제 기자단 성원들에 의하여 확인되였다”고 밝혔다. 이는 3·4번 갱도 폐기를 통해 북쪽의 자발적인 비핵화 조처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비견되는 사례로는 2000년 7월 카자흐스탄의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 폐기 과정이 꼽힌다. 소련 붕괴 뒤 1993년 미국과 핵 폐기 협정을 맺은 카자흐스탄은 미 국방위협감소국 등의 지원을 받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에서 각종 실험과 함께 폭파 작업을 했다. 소련 시절 핵실험이 209차례 이뤄진 이곳의 갱도 181개 파괴에는 100톤의 폭약이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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