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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8년간 다섯차례 핵실험 2번 갱도…“촬영 준비됐나” 3, 2, 1 센 뒤 ‘쾅’

등록 2018-05-24 21:56수정 2018-05-25 11:20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순간
갱도 입구 첫 폭파 뒤 두번 더 폭음
15초 뒤 관측소 폭탄 터지며 굉음
짙은 연기가 만탑산 계곡 뒤덮어

24일 오전 11시 무렵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북한의 여섯차례 핵실험 가운데 다섯차례나 실험이 이뤄진 2번 갱도에서 오른쪽으로 200m께 떨어진 곳에서 군인 4명이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강경호)이라는 인물은 기자들에게 상세한 사전 브리핑을 했다. 남쪽 취재진과 함께 현장에 있던 톰 체셔 영국 <스카이뉴스> 기자는 이 부소장이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해 “전례없는 세부사항”을 설명해줬다고 할 정도였다.

폭파에 앞서 북한은 취재진에게 폭발물이 설치된 갱도 내부도 보여준 것으로 전해진다. 북쪽 관계자가 직접 폭발물의 양과 종류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미국 <시엔엔>(CNN) 취재진은 폭발물에 대해 “축구공” 크기와 모양이라고 했으며, 폭발물이 갱도 안쪽으로 35m 지점에서 보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께까지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사진은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사의 위성이 23일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전경.   원산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께까지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사진은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사의 위성이 23일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전경. 원산 로이터=연합뉴스

“촬영 준비 됐나?” 북쪽 관계자가 묻자 기자들은 “준비됐다”고 답했다. “셋, 둘, 하나.” 3초를 센 뒤 “쾅” 하는 소리가 났다. 2번 갱도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해발 2205m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에서 흙과 산산이 부서진 바위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갱도 입구에서 첫번째 폭파 소리가 들린 뒤, 두번 정도 폭음이 더 울렸다. 갱도 입구보다 안쪽으로 더 들어간 듯한 곳에서 들리는 폭파 소리였다. 갱도 입구에서 핵실험 장소까지 이어지는 깊숙한 터널 곳곳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15초쯤 뒤에는 관측소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다. 역시 굉음과 함께 짙고 어마어마한 연기가 만탑산 계곡을 뒤덮었다. 연기가 사라지자 관측소가 부서지면서 나온 파편들이 온 사방에 가득했다. 갱도 입구에는 플라스틱 폭발물과 전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입을 벌리고 있던 갱도 입구는 부서져 내린 돌무더기로 꽉 막혀버렸다. 북한이 2009~2017년 8년 동안 다섯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해도 건재했던 공간이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 눈앞에서 먼지와 함께 무너졌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한 2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한 2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부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관람한 <에이피>(AP) 통신은 “북한이 외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핵실험장 폭파를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에 더해 한국에서 온 취재진까지 모두 30명의 눈앞에서 생생한 폭파 현장이 펼쳐졌다는 얘기다. 현장을 지켜본 톰 체셔 기자는 “산을 올라가서 (핵실험장으로부터)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폭파를 지켜봤다.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큰 폭발이 있었다. 먼지와 열기가 다가왔다.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나무로 만든 관측소 오두막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공동취재단, 노지원 황준범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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