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폐기 현장 취재기
핵실험장 폐기 투명하냐 묻자
“안과 밖 두 번에 나눠져 터져
기자들이 보지 않았느냐”
핵실험장 폐기 투명하냐 묻자
“안과 밖 두 번에 나눠져 터져
기자들이 보지 않았느냐”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 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풍계리/사진공동취재단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 대기
핵실험장 폐기 방법·순서 브리핑 폭 2m 2번 갱도 입구에 폭약 배치
오전 11시 굉음과 동시에 첫 폭파 오후 2시17분 4번 갱도 폭파
3번 갱도는 폭파 뒤 30분간 붕괴
오후 4시17분 “성과적으로 끝나” “이곳은 길주 재덕역이고 갱도까지 21㎞, 버스를 타고 핵실험장까지 갑니다. 해발고도가 1300m 넘으니 건강에 주의해주세요.” 24일 아침 6시15분,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5개국 취재진이 원산역에서 11시간을 달려 함경북도 길주군 ‘북부핵시험장’ 인근 재덕역에 내렸다. 남쪽 취재진은 3번 승합차에 타고 아침 8시19분 풍계리 핵실험장 2번 갱도 들머리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을 포함해 관계자 20여명이 나와 있었다. ‘바람 부는 계곡’(풍계리)답게 계곡을 따라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숫자 1로 표기한 동쪽 갱도는 2006년에 첫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뒤 폐기시켰습니다.” 2009~2017년 5차례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 옆에서 강 부소장이 취재진에게 ‘북부시험장 폐기 방법과 순차’ 관련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북쪽 2번 갱도는 5차례의 “성과적” 핵실험에도 “현재까지 측정자료에 의하면 방사성물질 유출은 전혀 없으며 주위 생태환경도 아주 깨끗하다”고 말했다. 남쪽 3번 갱도는 두개의 갱도로 만들어졌으며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강 부소장은 이어 “숫자 4로 표기한 서쪽 갱도는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놨던 갱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 뒤 ①모든 실험 준비와 공사 즉시 중단 ②실험 설비와 케이블류, 정보통신 및 동력계통 실험 수단들 해체 철수, 연구사들 철수 ③공기배관, 압축기, 레일, 운반설비 등 공사수단 해체 철수, 공사·정비 인원 철수까지 세 단계의 준비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네번째 단계는 이날 진행될 갱도와 지상 건물 폭파다. 취재진은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2번과 4번 갱도 들머리를 둘러봤다. 아치형 철문 안쪽 2번 갱도는 너비 2m, 세로 2.5m로 들머리에서 2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폭약이 놓여 있었다. 문과 벽 천장까지 나무로 만들어진 4번 갱도에는 폭약선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다. 바닥에는 폭약으로 보이는 하얀 가루가 비닐 안에 담긴 채 놓여 있었다. 2번 갱도 폭파를 보려고 서쪽 산중턱 간이관측소로 갔다. “촬영 준비됐나” “촬영 준비됐다” “주의” “3, 2, 1” 외침이 들렸다. 오전 11시 정각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들머리의 흙과 부서진 바위가 쏟아져 나왔다. 들머리가 4~5m쯤 무너졌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박고 무너지도록 했다. 8개의 폭약을 심었다”고 했다. 한 기자가 핵실험장 폐기가 투명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묻자,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기자들이 보듯 밖에서 폭파되고 안에서 분출하지 않았느냐”며 “안과 밖 두번에 나눠서 터졌다”고 답했다. 실제 현장 영상을 보면 돌 파편 등이 바깥으로 분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갱도 안 얼마나 깊은 곳까지 폭발물이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평양배, 샌드위치, 사과가 든 점심 도시락은 오후 폭파가 예정된 군용 막사 옆에서 제공됐다. 막사 처마에서 제비집을 발견한 한 기자가 ‘제비가 방사능에 민감하다던데’고 하자 북쪽 관계자는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얘기”라며 “개미도 방사능에 민감한데 엄청 많다”고 자랑했다. <조선중앙티브이> 기자는 개울물을 권했다. 그는 “파는 신덕 샘물은 ph7.4인데 이 물은 ph7.15로 마시기 더 좋다. 방사능 오염은 없다”고 말했다. 남쪽 3번 갱도 내부는 콘크리트 벽으로 되어 있었다. 취재진은 남은 ‘폐기 의식’을 보려고 4번 갱도와 300m 떨어진 동쪽 산중턱 관측소에 올랐다. 오후 2시17분 4번 갱도 폭파를 시작으로 단야장, 생활건물 5개동이 굉음과 함께 거대한 구름을 일으키며 내려앉았다. 화강암지대 깊은 곳에 위치한 3번 갱도는 폭파 뒤 30분이 넘도록 돌들이 흘러내렸다. 4시17분 마지막 폭파 뒤 북쪽 관계자들은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6시간에 걸친 폐기 의식이 끝났다. 취재진은 저녁 6시27분 다시 원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자정 무렵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이 세계의 눈과 귀를 불러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밤 전해진 ‘비보’로 열차 안이 술렁였다. 공동취재단,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화보] 풍계리 취재단이 본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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