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한겨레 자료사진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결과로 북한이 비핵화 절차를 밟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전직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가 “반년 혹은 일 년 안에 많은 것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핵 시설의 폐기와 감시 등은 단 몇 주 안에도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시설이 영변에 있는 것이 아니고, 북한 내 여러 지역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인력, 운송 수단 등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처음으로 국제기구의 핵 사찰을 받아들인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단원에 포함됐고, 1994년과 2002년, 2007년 영변 핵 시설 사찰 업무의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북핵 사찰·검증의 최고전문가다.
인터뷰에서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의지에 따라 비핵화에 걸리는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무엇에 동의하는지, 어떤 것을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모든 고농축 우라늄을 외부로 반출할 의사가 있다면 이 과정이 꽤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플루토늄은 좀 더 걸릴 테고 경수로의 폐기는 오래 걸리는 작업이 되겠지만, 이른 시기에 해결할 수 있는 특정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우라늄 농축 덩어리를 폐기하는 과정은 꽤 쉽다고 볼 수 있다”며 “몇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완전하게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 뒤 북한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단계에 어떤 것이 있는 지 묻는 말에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했던, 그리고 앞으로 할 계획이었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핵시설의 정보는 물론 모든 우라늄과 플루토늄에 관한 핵물질과 각종 무기의 재고 사항도 알 수 있어야 한다”며 “물론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포함된다. 이 정보를 모두 취합해야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비핵화를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미국과 국제사회 감시관이 북한 핵 시설 건설 과정 및 내부를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북한이 국제 기자단 앞에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하이노넨 전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실험장을 어떤 식으로 폭파했고, 어느 정도가 실제로 폐기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며 “아직 사실 확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다시 핵실험장을 재개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새로운 핵실험장을 짓기 원하는지 등을 알 수 없다”고 판단을 미뤘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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