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옆에 배석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에 누구를 배석시킬까?
북쪽에서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을 단독 예방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 위원장의 옆을 지킬 가장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을 때부터 그와 채널을 구축해 이번 ‘거사’ 성사에 핵심적 역할을 한 만큼, 김 부위원장의 이번 회담 배석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달 9일 2차 방북 당시 폼페이오 장관의 김 위원장 예방 자리에 통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배석한 북쪽 인사도 김 부위원장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첫 방북은 극비리에 진행돼 김 위원장과 회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때도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곁을 지켰을 것으로 보인다.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국제부장 자격으로,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의 외교 책임자로 회담에 배석할 가능성이 있다. 리 부위원장은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를 지내는 등 30년에 걸쳐 유럽공관에서 근무한 북한 외교 사령탑으로 2014년부터 2년 간 외무상을 역임했다. 영국 대사 출신인 리 외무상 역시 유럽 쪽 경력이 많으나, 1994년 북-미 3단계 회담에 북쪽 대표단원에 이름을 올린 뒤 2000년 북-미 고위급회담에 참석하는 등 대미외교에도 꾸준히 관여해왔다. 이 둘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지난 1, 2차 북-중 정상회담에 배석해 김 위원장을 보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 앞에 마중 나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이번 회담에 배석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 부부장은 지난 2월 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방남하며 남북 간 심리적 간극을 좁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바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차 북-중 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의 예방자리에는 배석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회담에도 김 부부장이 수행원으로만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성김 필리핀주재 미국 대사와 판문점에서 의제 조율을 해온 ‘미국통’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회담에 배석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대표적 대미협상 창구 역할을 해온 최 부상은 ‘강석주-김계관’의 밑에서 북핵문제와 북-미 관계를 오래 다뤄와 이번 싱가포르 방문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 부상과 함께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편지’의 원인을 제공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다시 돌린 2차 담화의 주인공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동행 여부도 관심사다. 김 제1부장의 경우 건강이 좋지 않다고 알려져 직접 김 위원장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결정적 국면에 얼굴을 보인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실무 전반을 조율해온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회담장 밖에서 두 정상의 의전과 경호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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