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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휴전회담 참관 유일 생존자 “비로소 전쟁 끝나고 있다 실감”

등록 2018-06-12 22:12수정 2018-06-13 07:44

통역으로 휴전회담 참관 유일 생존자 정경모 선생
1951년 10월11일 판문점에서 열린 휴전회담에서 유엔군 대표 제임스 머리 대령(오른쪽 가운데)과 북한 인민군의 장춘산 대좌(왼쪽)가 비무장지대의 남북 군사분계선이 그려진 지도들을 보면서 휴전선 경계를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 맨 뒤쪽 모습이 당시 통역관으로 참관한 정경모 선생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1951년 10월11일 판문점에서 열린 휴전회담에서 유엔군 대표 제임스 머리 대령(오른쪽 가운데)과 북한 인민군의 장춘산 대좌(왼쪽)가 비무장지대의 남북 군사분계선이 그려진 지도들을 보면서 휴전선 경계를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 맨 뒤쪽 모습이 당시 통역관으로 참관한 정경모 선생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재일 통일운동가이자 망명객 정경모 선생이 일본 요코하마 히요시의 자택에서 지난 4·27 정상회담 때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전면에 실린 <한겨레> 4월28일치 신문을 보고 있다. 사진 정강헌씨 제공
재일 통일운동가이자 망명객 정경모 선생이 일본 요코하마 히요시의 자택에서 지난 4·27 정상회담 때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전면에 실린 <한겨레> 4월28일치 신문을 보고 있다. 사진 정강헌씨 제공
“오늘 비로소 한국(조선)전쟁이 끝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소이다. 일제 때는 식민지배가 영원할 것만 같아 암울해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 어처구니없는 전쟁은 반드시 끝나 한반도에 평화의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이다.”

한국전쟁 68년 만에 북-미 정상의 악수 순간을 지켜본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 선생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로 떨리고 있었다. 올해 94살 고령인 그는 1951~53년 연합군 쪽 통역관으로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의 휴전회담을 직접 참관했던 유일한 생존자로서 누구보다 감회에 젖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미국 유학 중에 호출받아 도쿄 맥아더 사령부로 출근한 게 50년 10월 하순께였고, 이듬해 10월 휴전회담이 시작된 뒤 판문점으로 파견됐소이다. 당시 인민군 대표는 남일 대장, 중국군 대표는 덩화(등화) 대장, 그리고 유엔군 대표는 조이 해군 중장이었는데, 한국군은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회담 자체를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옵서버와 연락장교 각 한 명씩 출석하고 있는 형편이었소이다. 쌍방의 협의는 휴전선의 설정과 포로의 교환 문제였던 관계로 나는 미군과 중국군의 측량기술자들이 컴퍼스와 삼각자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작업 현장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국의 땅덩어리가 둘로 갈라지는 그 광경은 마치 혈육의 누군가가 생체해부를 당하는 장면을 목도하는 듯하여 마음이 아프고 쓰리더이다.”

지난 2009년 <한겨레>에 연재한 ‘길을 찾아서 회고록’에서 정 선생이 직접 쓴 휴전회담 통역관 파견 때의 증언이다. 그는 “서양 중세사에서 영국-프랑스의 ‘100년 전쟁’을 가장 지겹고 끈질긴 전쟁의 예로 꼽고 있으나, 오늘날 우리 강토에서 북-미 각축이 70여년 동안이나 지속됐으니 이제는 끝날 때가 됐다”고 단언했다.

“한반도 전쟁과 대립의 종식은 곧 내 평생의 과제였다”는 그는 “휴전의 목격자인 내가 살아생전에 종전의 날을 지켜보게 됐으니 오래 산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부터 대외에 공식 등장한 김정은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정 선생은 “89년 3월 문익환 목사와 함께 북한을 방문해 만났던, 조부 김일성 주석의 호탕한 풍모를 많이 닮았고, 젊은 나이에도 당당한 배포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화보 북-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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