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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은 떠났지만 호텔 직원들 입은 계속 ‘철통보안’

등록 2018-06-13 14:58수정 2018-06-13 20:02

숙소 ‘요새’처럼 둘러싸고 있던 방어벽 철거돼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 없던 주변도 ‘깨끗’
호텔 직원은 경계심 풀고 친절히 인사
김 위원장 등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
김정은 위원장이 숙소로 쓴 세인트 리지스 호텔. 11·12일에는 가림막과 화분으로 입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왼쪽·가운데) 하지만 13일에는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숙소로 쓴 세인트 리지스 호텔. 11·12일에는 가림막과 화분으로 입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왼쪽·가운데) 하지만 13일에는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기적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와 저녁에 각각 하늘길로 싱가포르에 안착했다. 김 위원장은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트럼프 대통령은 샹그릴라 호텔에 짐을 풀었다. 두 호텔 간 거리는 걸어서 10분, 75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둘은 12일 센토사섬에서 만나 악수했고 공동성명에 사인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바로 그날 각각 평양과 워싱턴으로 떠났다. 두 정상이 떠난 다음 날인 13일 그들의 숙소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호텔에 찾아가봤다. 무장경찰과 방어벽은 자취를 감췄지만, 호텔 직원들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며 ‘브이아이피(VIP) 투숙객’에 관해서는 ‘철통 보안’을 지켰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에는 12일까지만 해도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왼쪽) 13일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취재진이 호텔 주변을 스케치하고 있다.(오른쪽)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에는 12일까지만 해도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왼쪽) 13일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취재진이 호텔 주변을 스케치하고 있다.(오른쪽)
13일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 길. 보안, 경비에 사용된 물품이 아직 치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노지원 기자
13일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 길. 보안, 경비에 사용된 물품이 아직 치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노지원 기자
이날 오전 9시, 택시를 타고 김 위원장이 묵었던 세인트 리지스 호텔로 향했다. 가는 길 풍경부터가 달랐다. 12일만 해도 호텔 주변을 요새처럼 둘러싸고 있던 철제, 콘트리트 방어벽이 싹 사라졌다. 호텔 로비에 드리워져 있던 회색 가림막도 걷혔다. 누가 차에 타는지 알아볼 수 없게 빽빽히 세워뒀던 로비 앞 화분도 모두 치웠다. 로비 앞까지 택시 등 일반 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정상회담 당일인 12일까지만 해도 호텔 주변 도로가 통제돼 택시를 타고 호텔로 진입할 수 없었다. 투숙객이 차를 타고 들어가려면 트렁크까지 열어 철저한 검문검색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검색대도 모두 사라졌다. 권총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해 위협감을 줬던 무장경찰들도 모두 해산했다. 현장을 중계하던 기자들, 사다리 위에 올라가 호텔 모습을 담는 사진기자도 안 보였다. 호텔 주변 보도블록에는 채 치워지지 않은 장비들 일부만이 남아 있었다. 조용했다.

10∼11일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벨리 윙 쪽 도로 모습. 당시 보안, 경비가 삼엄했다. (왼쪽·가운데) 13일에는 도로를 막고 있던 방어벽이 모두 사라졌다. (오른쪽) 노지원 기자
10∼11일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벨리 윙 쪽 도로 모습. 당시 보안, 경비가 삼엄했다. (왼쪽·가운데) 13일에는 도로를 막고 있던 방어벽이 모두 사라졌다. (오른쪽) 노지원 기자
더 이상 보안 검색대에 짐을 맡기고 신체 수색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호텔에 입장하는 모든 이들은 두 팔을 벌리고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지 않았는지 검사받아야 했다.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연출됐었다. 하지만 이날은 호텔 직원이 경계심 없이 웃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안부를 물었다. 호텔 안에 진을 치고 있던 경찰도 모두 사라졌다.

호텔 곳곳을 자유롭게 구경하고 다녀도, 사진을 찍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12일 정상회담을 위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로 출발하기 직전만 하더라도 호텔 관계자들은 “휴대전화를 주머니 안에 넣으라”고 말하며 김 위원장이 지날 예정인 호텔 로비에서 스마트폰 사용도 금지시킬 정도로 깐깐했었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있는 중식당. 김정은 위원장은 이 호텔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북쪽 수행원들 대부분은 아침, 점심, 저녁을 일반 투숙객도 함께 이용하는 호텔 내 식당에서 먹었다.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은 오후 협상을 마치고 돌아와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오전 리용호 외무상,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실무협상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은 호텔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있는 중식당. 김정은 위원장은 이 호텔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북쪽 수행원들 대부분은 아침, 점심, 저녁을 일반 투숙객도 함께 이용하는 호텔 내 식당에서 먹었다.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은 오후 협상을 마치고 돌아와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오전 리용호 외무상,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실무협상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은 호텔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13일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 12일 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로비는 취재진으로 득실댔지만, 13일 오전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13일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 12일 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로비는 취재진으로 득실댔지만, 13일 오전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13일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 김정은 위원장은 왼쪽 빨간 원 안에 있는 승강기와 오른쪽 빨간 원에 보이는 출입구로 드나들었다.
13일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 김정은 위원장은 왼쪽 빨간 원 안에 있는 승강기와 오른쪽 빨간 원에 보이는 출입구로 드나들었다.

호텔 관계자들의 물리적인 경계는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김 위원장 등 북쪽 인사들에 관해 묻는 말에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식사를 어디서 어떻게 했냐’, ‘실제로 20층에서 머문 게 맞냐’, ‘다른 수행원들은 어디서 묵었냐’ 등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고객에 대한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김 위원장이 머물렀다고 알려진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나 다른 스위트룸을 둘러볼 수 있겠냐고 묻기도 했지만, 호텔 관계자는 “예약이 차 있다”며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직접 객실을 예약하고 나면 투어를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평일 하루 묵는 데에 990만원 정도가 든다. 정중히 사양해야 했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발코니. 세인트 리지스 호텔 누리집 갈무리
세인트 리지스 호텔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발코니. 세인트 리지스 호텔 누리집 갈무리
김 위원장은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해 리셴룽 총리를 만나고 돌아온 뒤부터 11일 저녁 야간 시티투어를 위해 외출하기 전까지 24시간 동안 호텔 안에서 머물렀다. 애연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객실 안에서 정상회담 준비를 하고, 담배도 피웠을까. 그는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만찬 때도 조용히 자리를 떠 담배를 피운 바 있다. 호텔 관계자는 “흡연실이 17층에 있다”며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발코니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서 협의를 거쳐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안에서도 흡연할 수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글·사진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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