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폐기를 약속한 평북 철안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곳으로 지목되는 곳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시비에스>(CBS)는 20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밝힌 미사일 엔진 시험장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을 장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액체연료 추진 엔진의 성능을 시험하는데 사용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미국 수도 워싱턴을 타격할 능력을 입증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개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부의 북한 자문관이었던 보브 칼린은 “이 시설은 북한의 최대 미사일 발사 시험장 가운데 하나이다. 북한이 이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시비에스>에 말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협상을 진전시키면서 이 장소를 면밀히 계속 관찰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비춰 볼 때 북한은 아직 이 시설의 본격적인 폐기에 나서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송은 미국 실무 관리들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처를 실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위에서부터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틀을 합의한 뒤 실무관리들이 후속조처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접근법이 실무 차원에서 합의를 한 뒤 고위급에서 이를 확인하는 전통적인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협상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무부의 한 관리는 “정상 차원에서 먼저 합의해 내려오는(톱-다운) 방식이 가능하다면, 더 좋고, 생산적이다”고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지난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정적으로 소외된 것은 국방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국방부는 본질적으로 ‘(지시를) 받기만 하는 상황’이라며, 국방부가 북한에 대한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내의 국방부 연락사무소 인력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출장이 지체됐고, 그 때문에 두 부처 사이의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며 방송은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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