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첫발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주도의 4자회담 개최와 종전협약 체결을 제안했다.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3자 대신 남·북·미·중 4자 체제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임 명예이사장은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평화, 그 문을 열다: 비핵화 넘어 공영의 시대로’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당면과제로 ‘군사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들었다. 그러면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회담’ 개최를 강조했다. 그는 “직접 관련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자회담은 북핵문제와 동북아 안보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과는 별개의 것이며, 또한 한반도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를 다루는 북-미 회담과도 구별되는 것”이라며 “4자회담은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다루는 평화회담”이라고 말했다.
임 명예이사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시작인 남·북·미·중 4자회담의 첫 과제로 ‘종전협약’ 체결을 들었다. 그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보다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해 법적 효력을 갖춘 종전협약을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임 명예이사장은 “‘종전선언’은 전쟁이 끝났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전쟁 불안감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분단 상황에서는 종전선언을 한다고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종전을 선언한 베트남 평화협정은 미군의 철수는 보장했지만 남북 베트남의 전쟁 재개로 이어진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담보돼야 한다. 의도는 수시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능력, 군사력을 규제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전쟁이 끝났다는 3자 종전선언보다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만들어 가자’는 법적 효력을 갖춘 4자 종전협약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필요하다면 우선 종전선언을 하고 종전협약 체결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명예이사장은 이 종전협약에 포함될 주요 실천과제도 제안했다. △남북 간은 물론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정상화 조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와 군비감축을 통한 군사력 균형 유지 △외국군 문제(주한미군 역할 변경 등) △동북아 안보 협력 증진책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평화체제 유지의 주체가 될 남북연합 구성 문제 등이 담겼다.
한편, 임 명예이사장은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관계 개선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촉진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최근 북-미 정상회담은 가장 어려운 과제인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를 조속히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0년 말까지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위한 불가역적 수준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과 또한 실천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임 명예이사장이 제시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는 ‘평화협정 체결’이다. 그는 “평화협정에는 군사정전협정 폐기에 따르는 조치사항들, 이를테면 △평화보장 조치로서 불가침 △분쟁의 평화적 해결 △대량살상무기 불보유 △군사력 균형 유지 △평화감시방안 등과 함께 △남북연합 구성 운영을 통한 평화체제 확립 문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 주체에 대해 “직접 당사자인 남과 북이 주체가 되고 정전협정체결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고 유엔안보이사회가 추인하는 ‘2+2+UNSC’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관련국들의 국내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남북연합’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협력기구다. 1989년 9월11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제시한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의 핵심이다.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 공동사무처 등이 포함된 ‘남북연합’을 구성해 남북 간 개방과 교류협력을 실현하고 민족사회의 동질화와 통합의 기반을 다져 나가자는 취지다. 임 명예이사장은 남북연합에 대해 “우리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제시했고,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대로 남북연합을 구성, 운영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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