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종업원 일부 면담
박근혜 정부의 ‘기획 탈북’ 의혹 일부 공식 확인
“한국 정부의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 규명 촉구”
박근혜 정부의 ‘기획 탈북’ 의혹 일부 공식 확인
“한국 정부의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 규명 촉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016년 4월 한국에 온 중국 닝보의 북한 식당(류경식당) 종업원들을 면담한 뒤 “(종업원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한국행 때부터 북한은 물론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박근혜 정부의 ‘류경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일부나마 공식 확인한 셈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힌 뒤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나의 제언은 최대한 신속하게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규명과 조사를 통해 책임자가 누구인지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중국에서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서 납치된 거라면 범죄로 간주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을 둘러싼 범죄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킨타나 보고관은 탈북 종업원과 한 면담 내용을 묻자 “그들이 한국에 오게 된 데에는 일부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와 관련해 기만을 당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탈북 종업원 12명 모두가 아닌 일부만 면담해 얻은 정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킨타나 보고관의 면담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전했다. 민변은 탈북한 류경식당 지배인 및 종업원 2명과 함께 4일 오전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킨타나 보고관을 1시간10분가량 만났다며, “(이들이) 근무지를 옮기는 것으로 알고 지시에 따라 이동했다가 한국으로 집단 입국했던 경위를 상세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민변은 “종업원 2명은 ‘정부가 종업원들을 기망해 바로 다음날 집단입국 사실을 발표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케 함으로써 종업원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킨타나 보고관이 ‘북쪽의 송환 주장에 대한 당사자의 의견’을 묻자 “종업원들은 한국 정부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을 인정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실마리가 풀려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민변은 밝혔다. 종업원들은 킨타나 보고관에게 “딸처럼, 가족처럼 생각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민변은 전했다.
이날 회견에서 킨타나 보고관은 면담한 종업원 가운데 ‘북쪽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이가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탈북 종업원들의 북한 송환 여부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그들 자신이 내려야 할 결정이고 이런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런 사안을 해결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기획 탈북’ 의혹은 이들의 입국이 공개된 2016년 4월부터 끊이지 않았다. 당시 통일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종업원들이)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며, 기획 탈북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을 이끈 류경식당 지배인 허아무개씨가 방송에 나와 ‘국정원 쪽 지시를 받고 목적지를 알리지 않은 채 종업원들을 데리고 탈북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허씨의 문제제기 뒤 통일부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사실관계 확인 필요성이 있다”며 경위 조사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킨타나 보고관의 기자회견 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 여성 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외 추가로 드릴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류경식당 종업원 문제는 남북 간 민감한 현안이다. 북한 쪽은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회담에서 합의한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와 이 문제를 연계하면서 남쪽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도 보였다. 다만 사안의 폭발성 탓인지, 북쪽은 아직 이 문제를 당국회담에서 전면적으로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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