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는 북미 판문점 회담이 열리는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미군 차량이 유엔깃발을 달고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미 간 미군 유해송환 회담이 15일 판문점에서 열렸다. 북-미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회담이 성사된 것이어서 향후 북-미 관계 개선과 북핵 협상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이날 오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나 6·25 전쟁 때 북한 땅에서 숨진 미군 유해의 송환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 미국에선 마이클 미니핸 유엔사 참모장 겸 주한미군사 참모장(공군 소장)이 수석 대표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 대표단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쪽 수석대표도 북한군 중장(소장)으로 미군 쪽과 격을 맞췄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회담 결과는 즉각 알려지지는 않았다. 추가 후속회담이 열릴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날 회담으로 조만간 미군 유해송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많다. 소식통은 “북-미가 이날 미군 유해송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뒤 만난 것이고 이날 회담에선 소환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 북-미 간 특별히 이견이 있을 만한 사안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은 회담 결과를 본국에 보고한 뒤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은 지난 12일 북한 쪽의 수정 제안으로 열렸다. 미국 대표단은 애초 회담이 12일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판문점에 나가 북한 대표단을 기다렸다가, 북쪽이 북-유엔사 간 직통전화로 “유해송환 준비가 덜 됐다. 15일에 회담을 하자”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북한은 “15일 회담에선 수석대표의 급을 올려 북한군-유엔사 간 장성급 회담으로 하자”고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체제의 ‘군사정전위원회’를 거부한 뒤 필요에 따라 북-유엔사 간 군사회담을 제의하거나 회담 제의에 응해왔다. 북-유엔사 간 장성급 회담은 1998~2009년 16차례 열렸으며, 지난 2009년 3월 회담을 마지막으로 9년4개월 동안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미군 쪽은 “이번 회담과 북한군-유엔사 간 장성급 회담은 다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북-유엔사 장성급 회담 땐 미군, 한국군, 영국군 등 유엔 참전국 대표들이 포함된 대표단을 구성한다. 이번 회담은 미군 유해송환이 의제여서 미군만 참여했다. 실제 회담을 주관하는 주체도 유엔사가 아니라 미 국무부다. 단순히 북-미 간 미군 유해송환 협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유해송환 문제만 논의됐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유해송환에 따른 반대급부를 요구하거나, 종전선언 등을 둘러싼 각종 현안을 논의할 후속 장성급 회담의 개최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군 유해송환은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합의된 사안이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3일 미군 유해송환을 위해 나무로 된 임시운송 케이스 100여개와 유엔기, 관 받침대 등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이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지은 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