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 연합뉴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와 로켓 엔진 시험대 일부가 해체된 정황이 포착됐다. 서해위성발사장은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기’를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이 위치한 곳이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각) 최근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의 핵심 시설에 대한 해체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위성사진은 지난 20일과 22일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와 로켓 엔진 시험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두 시설 모두 일부가 해체된 모습이었다.
이 시설은 북한이 지난해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체인 신형 로켓 엔진(대출력 발동기)의 개발 완성을 발표하면서 단행했던 지상분출 실험이 이뤄진 곳이다. 북한이 2016년 4월과 9월 각각 “새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 성공”과 “새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 성공”을 알리며 공개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 공개된 위성사진을 보면, 엔진 출력이 식별되는 하부 콘크리트 구조물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으나, <38노스>는 “(하부 구조물) 역시 제거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시설 양쪽에 있는 옛 연료·산화제 벙커도 일부 파괴돼 “해체 중”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시설의 가운데 레일 위에 설치됐던 천막 형식의 구조물도 해체되고, 근처에선 크레인과 차량이 포착됐다. <38노스>는 “이 (해체)작업이 2주 이내에 시작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3일(현지시간) 제공한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위성사진. <38노스>는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은 서해위성발사장의 이 엔진 실험장에서 북한의 액체연료 탄도미사일 엔진 실험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 시설에 대한 해체작업을 완료한다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답보 상태인 공동성명 이행에 숨통을 틔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8노스>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38노스>는 위성 발사대 쪽의 구조물도 일부 해체됐다고 전했다. 위성사진을 보면, 발사대 옆 발사체의 설치 및 이동이 이뤄지던 대형 구조물의 한쪽 모서리가 철거되고, 옆에는 일부 구조물이 바닥에 놓여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구조물이 “타워크레인으로 보인다”며 “타워크레인을 가리던 4면 벽체 중 한쪽이 해체됐다. 이게 (시설의) 본격적인 해체인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징조이고,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 차장은 다만 “북한이 항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벤트로 만들지 않고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 나름대로 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것인지 그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처와 관련한 미 언론의 논평 요구에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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