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6일 북한 원산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석탄 적재를 위한 노란 크레인 옆에 약 9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해있다. 연합뉴스
국내 석탄수입업체가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해 들여온 혐의를 받아 관세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당국이 조사하고 있는 의심 사례가 모두 9건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석탄의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는 관세법상 부정수입죄 및 형법상 사문서 위조죄 위반이다. 또 북한산 석탄 수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2371호)에 의해 금지돼 있어, 실제로 해당 석탄이 북한산으로 밝혀질 경우 제재 위반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와 관세청 당국자는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산 의심 석탄 수입과 관련한 당국의 조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관세청 당국자는 “지난해 10월 관계기관으로부터 북한산 석탄 반입 혐의와 관련한 정보를 통보받았다”며 “해당 정보와 관련된 수입업체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조사를 마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시점에 자세한 조사 결과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외교부와 관세청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는 우방국을 통해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이 러시아를 거쳐 국내에 반입됐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관세당국이 조사하고 있는 사례는 모두 9건이다. 다만, 관세청 당국자는 얼마나 많은 업체가 조사를 받고 있느냐는 물음에 “조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를 내어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 두 척(스카이 에인절, 리치 글로리)이 각각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인천과 포항으로 입항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석탄수입업체가 들여온 이들 석탄이 실제 북한산인지는 향후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단정하기 어렵다. 업체들이 실제 러시아산 석탄을 들여온 것인지, 북한산 석탄인 줄 알면서도 러시아산으로 속여 들여온 것인지, 러시아 업체에 속아 북한산 석탄을 잘못 수입해 온 것인지 등도 조사가 마무리돼야 밝혀질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보는 우방국에서 받는 것이고, 정보 자체가 북한산이라는 것을 확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산 의심 석탄을 수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업체에서 석탄을 들여온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러시아산 석탄이라고 99% 확신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선박 두 척(스카이 에인절, 리치 글로리)으로 들어온 9700톤 물량은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국내에 들여왔다. 입찰 때 북한산, 심지어 중국산도 배제할 것을 입찰공고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혹여 북한산 석탄을 사용한 곳이 있어도 사용 주체가 북한산인지 인지하지 못했다면 세탁 과정을 통해 들여왔더라도 제재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노지원 조계완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