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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대체복무 27개월 또는 36개월…‘지뢰 제거’ 투입 안한다

등록 2018-08-22 15:17수정 2018-08-22 22:27

[국방부 ‘양심적 병역거부’ 첫 복무 방안]
9월 정부안 확정 국회 제출
2020년 1월부터 실시 계획
대만의 대체복무자들이 타이중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하는 노인을 돕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대만의 대체복무자들이 타이중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하는 노인을 돕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대체복무 기간
다른 병역의무와 형평 고려
현역병의 1.5~2배 복무하게

― 대상자 상한 왜?
한 해 500명 남짓 재판 현실 감안
600~700명 수준에서 제한 방침

― 대체복무 분야는?
소방·교정·병원·복지시설 배치
비전투 분야 지원 가능성 배제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의 기간은 현역병의 1.5~2배로 하고 대체복무자는 한 해 600~700명 수준으로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국방부가 22일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른 병역의무와의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징벌적이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안을 만들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대체복무를 인정한 6월28일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대체복무제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 현역병의 1.5~2배 기간

국방부는 대체복무 기간이 육군 현역병의 2배가 되는 방안을 1안)으로, 육군 현역병의 1.5배가 되는 방안을 2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안)의 경우 육군 현역병이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감축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체복무 기간은 36개월(3년)이 된다. 국방부는 1안)에 대해 “영내에서 24시간 생활하는 현역병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또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충분한 기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또 현역병과 달리 복무기간이 34~36개월로 긴 전문연구요원·공중보건의·공익법무관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선 이철희·이종명·김중로·이용주 의원안이 현역병의 2배를 제안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프랑스와 핀란드 등도 과거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병의 2배로 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현역병의 1.5배인 2안)에 따르면 대체복무기간은 27개월이 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국제 인권기구에서는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의 1.5배 이상일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본다”며 “실제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럽사회권위원회 등은 프랑스의 현역병 2배 규정에 대해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판정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역병의 1.5배 기간을 권유한 바 있으며, 국회에서도 전해철·박주민 의원 등이 현역병 1.5배의 복무기간을 담은 법안을 냈다. 외국에선 대만과 그리스, 러시아 등이 현역병 1.5배의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1안)과 2안)을 놓고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에도 부합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며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현역병의 1.5배~2배 사이에서 복무기간을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한 해 600~700명 상한제

국방부는 대체복무 대상자를 한 해 600~700명 수준에서 제한할 방침이다.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입영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실제 독일 등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실시 이후 해가 갈수록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인원이 늘어나 안정적인 병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현재 현역병 대신 의경 또는 의무소방원 등으로 복무하는 전환복무도 해마다 쿼터를 정해서 관리하고 있다”며 “대체복무제에도 이런 쿼터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한 해 상한선을 600~700명으로 검토하는 것은 현재 종교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재판에 넘겨지는사람이 한 해 500명 남짓되고 그 이외에 단순 병역기피로 처벌받은 이가 지난 5년간 15명이었던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 해 600~700명 수준이면 진짜 양심적 병역기피자는 거의 다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혹여 그 해 쿼터보다 많은 사람이 대체복무 판정을 받게 되면 다음해 대체복무를 기다려야 하는 적체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국방부는 또 병역기피 악용을 막기 위해 ‘대체역 심사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대체복무 신청자의 적격성을 판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종교인, 심리전문가, 의사, 법조인 등 외부 민간인으로 꾸려지며, 국무총리실이나 법무부 또는 병무청 산하기관으로 설치되지만 독립적인 지위는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 복무 분야는 공익 기관

국방부는 대체복무의 분야를 공익업무 분야·기관으로 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방분야와 교정분야,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4종류의 공익 기관이다. 소방업무의 경우 화재 진압 및 구조활동 보조 임무를 맡게 되며, 지금도 현역 판정받은 입영대상자들이 전환복무 형태로 복무하고 있다. 대체복무가 도입되면 이들이 기존의 전환복무 의무 소방원을 일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정 업무는 취사와 물품 보급 등 교정직원 지원 업무를, 국·공립병원에선 간병 등 업무 보조 등을, 사회복지시설에선 치매노인 생활지원과 장애인 치료 지원 등을 하게 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들 분야의 기관을 방문해 실사한 결과 소방과 교정 분야에선 인력난 등을 이유로 대체복무 배치를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병원과 사회복지시설에선 이들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할 수 있고 또 전문자격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발의해 논란을 일으킨 지뢰제거 작업 투입 등 군내 비전투분야에 복무하게 될 가능성은 배제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군대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견이었다.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집총만 안하면 군대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사실 군에서 총 안잡으면 대부분 말 그대로 ‘꽃보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되는데 이들이 이에 대해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투입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복무 형태는 합숙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일부 출퇴근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외없이 합숙근무를 할 경우 현역병과의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이철희·이종명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도 합숙근무를 규정하고 있고, 국가인권위도 합숙근무를 권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방·교정 분야는 합숙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은 없는 곳도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새로 합숙시설을 마련하려면 재정소요가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부 출퇴근 허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전해철·김중로·이용주 의원 등이 제출한 법안은 출퇴근을 허용하고 있다.

■ 2020년 1월 시행이 목표

정부는 이달 초 국방부와 법무부, 병무청 등이 함께 참여하는 대체복무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이달 말까지 실무추진단 차원의 대체복무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달 말 실무추진단이 초안을 내면 이를 기초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9월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한 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체복무제가 시행되려면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정부는 병역법 5조에서 규정한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또 국회에는 대체복무와 관련한 의원 입법안이 현재 4건 상정돼 있다. 정부안이 9월말 제출되면 이들 의원입법안과 함께 국회에서 심의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당국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국회에서 입법 절차가 완료되면 하반기에는 대체역 심사위원회 구성 등 행정적으로 필요한 준비를 한 뒤 2020년 1월부터 대체복무제가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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