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에 북쪽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선양/유강문 선임기자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2일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설치하기로 한 남북연락사무소는 6·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통일 방안을 실현하기 위한 기초적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넘어 통일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수석부의장은 이날 중국 선양 황차오완하오호텔에서 개막한 ‘범민족 평화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 당국자들이 같은 건물에 상주하는 남북연락사무소는 1970년대 초 7·4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남북조절위원회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남북은 7·4 공동성명에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 원칙에 합의하고, 남북조절위원회를 구성해 회담을 이어가다 1973년 중단했다. 이어 6·15 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다짐한 바 있다.
북쪽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은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판문점선언은 우리 민족이 통일과 번영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여정에 들어섰다는 것을 전세계에 엄숙히 선포한 긍지 높은 민족자주 선언”이라며 “판문점선언 이후 북과 남에서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현실과 정세 추이는 우리 민족이 대결로부터 화해와 평화로, 분열로부터 통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데 나서는 모든 문제들을 민족 우선, 민족 중심의 관점과 입장에서 보고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에서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선양/유강문 선임기자
민주평통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정세현)이 8·15 광복절 73돌을 기념해 함께 주최한 이번 포럼은 ‘우리 민족,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23일까지 열린다. 남북 및 해외동포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판문점선언 이행과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을 모색한다. 북쪽에서는 림 부회장을 단장으로 김홍룡 민화협 중앙위원, 정기풍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등 모두 5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쪽 대표들이 남쪽 전문가들과 판문점선언 이행 방안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는 처음이다.
포럼은 △평화 공존: 남북 신뢰 구축 및 평화 정착 △공동번영: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통일: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및 해외동포의 역할 등 모두 3개의 세션으로 꾸려진다. 남쪽과 북쪽 전문가들이 주제발표를 하면, 남북 및 해외동포 전문가와 활동가로 구성된 패널들이 즉석에서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쪽에서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조봉현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여혜숙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등이 참석한다. 해외동포로는 김경일(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 김게르만 카자흐스탄국립대 교수, 박순옥 러시아 사할린한인협회 회장, 안태형 미국 엘에이(LA)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원, 김상국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 이윤정 영국 레스터대 교수 등 모두 7개국에서 20여명이 참석한다.
선양/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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