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행사
오늘부터 금강산서 열려
‘태풍’ 때문에 비 세차게 내리지만
가족들 “이 정도면 다행”
오늘부터 금강산서 열려
‘태풍’ 때문에 비 세차게 내리지만
가족들 “이 정도면 다행”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상봉대상자와 가족들이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우리 형 어떻게 됐어?” “너네 형 원희는 죽었다.”
4형제 중 둘째인 목원선(85)씨는 그때 정말로 큰 형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1950년 7월, 시장에 쌀을 사러 나갔던 큰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형과 같이 있었다고 하는 형 친구는 북쪽으로 끌려가다 미군의 폭격을 맞았고 했다. 혼란을 틈타 친구는 서울로 돌아왔고, 형 원희씨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게 형 친구의 설명이었다. 전쟁통에 똑똑하고 예의바른 맏이가 사라지면서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동생 원선씨를 비롯해 가족들은 형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나 이산가족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68년 만에 북녘에 살아있다는 큰 형이 동생들을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한국전쟁 때) 우리 형하고 (나하고) 총부리를 마주잡고 뭐 그랬을지도 몰라요. 그때 끌려갔으면 저쪽(북한)도 전부 전방에 내보냈을 것 아니에요? 하여간 이제 살아있다고 그러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전쟁 발발 이듬해 둘째 원선씨는 18살 나이로 군에 자원입대했고, 북에 간 형도 전쟁에 동원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말 그랬다면 두 형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처럼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을 지 모른다. 원선씨는 동생 원구(83)씨와 함께 형을 만나러 간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남측의 정영기(84)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남쪽 상봉단 81가족 326명이 금강산으로 출발하기 전 모여 있는 속초에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북쪽 언니 강호례(89)씨를 만나는 남쪽 동생 강두리(87)씨는 “반갑고 기쁜 사람들 만나는데 비가 왜이리 오냐”며 걱정했다. 북쪽 형을 만나는 목원구(83)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틀고 태풍 경로를 확인했다. 목씨는 “그래도 다행인 건 이쪽으로 태풍이 안왔다”며 “제대로 왔으면 난리였을 거다. 우리가 버스 타고 가는 데도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북쪽 누나를 만나는 최성택(82)씨는 “(태풍이) 빗겨간다고 하긴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다. 그래도 못 가는 것 보다는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강정옥(100.오른쪽)할머니와 김옥순(89)할머니가 남북출입사무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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