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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살아 있다니 기막힐 노릇”…죽은 줄 알았던 형을 만나러 간다

등록 2018-08-24 10:07수정 2018-08-24 10:42

21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행사
오늘부터 금강산서 열려
‘태풍’ 때문에 비 세차게 내리지만
가족들 “이 정도면 다행”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상봉대상자와 가족들이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상봉대상자와 가족들이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우리 형 어떻게 됐어?” “너네 형 원희는 죽었다.”

4형제 중 둘째인 목원선(85)씨는 그때 정말로 큰 형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1950년 7월, 시장에 쌀을 사러 나갔던 큰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형과 같이 있었다고 하는 형 친구는 북쪽으로 끌려가다 미군의 폭격을 맞았고 했다. 혼란을 틈타 친구는 서울로 돌아왔고, 형 원희씨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게 형 친구의 설명이었다. 전쟁통에 똑똑하고 예의바른 맏이가 사라지면서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동생 원선씨를 비롯해 가족들은 형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나 이산가족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68년 만에 북녘에 살아있다는 큰 형이 동생들을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한국전쟁 때) 우리 형하고 (나하고) 총부리를 마주잡고 뭐 그랬을지도 몰라요. 그때 끌려갔으면 저쪽(북한)도 전부 전방에 내보냈을 것 아니에요? 하여간 이제 살아있다고 그러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전쟁 발발 이듬해 둘째 원선씨는 18살 나이로 군에 자원입대했고, 북에 간 형도 전쟁에 동원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말 그랬다면 두 형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처럼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을 지 모른다. 원선씨는 동생 원구(83)씨와 함께 형을 만나러 간다.

24∼26일 금강산에서 21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2차 행사’가 열린다. 24일, 남쪽 81가족 326명이 북쪽 가족과 상봉한다. 앞서 20∼22일 열린 1차 행사에서는 남쪽 89가족 197명이 북쪽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돌아왔다.

지난 1차 행사에서 남쪽 이산가족이 북쪽 가족을 찾았다면, 이번 2차 행사에서는 북에 있는 가족의 신청에 따라 남쪽의 가족과의 상봉이 이뤄진다. 1차 행사는 북쪽이 주최했고, 이번 2차는 남쪽 당국이 주최한다.

전날인 23일 속초에 도착한 이산가족들은 방북 교육 및 건강 점검을 받고 하룻밤을 보낸 뒤 24일 오전 8시50분께 금강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속초에서 출발한 버스는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북쪽 통행검사소에서 심사를 받은 뒤 오후 1시께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할 예정이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남측의 정영기(84)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남측의 정영기(84)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남쪽 상봉단 81가족 326명이 금강산으로 출발하기 전 모여 있는 속초에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북쪽 언니 강호례(89)씨를 만나는 남쪽 동생 강두리(87)씨는 “반갑고 기쁜 사람들 만나는데 비가 왜이리 오냐”며 걱정했다. 북쪽 형을 만나는 목원구(83)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틀고 태풍 경로를 확인했다. 목씨는 “그래도 다행인 건 이쪽으로 태풍이 안왔다”며 “제대로 왔으면 난리였을 거다. 우리가 버스 타고 가는 데도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북쪽 누나를 만나는 최성택(82)씨는 “(태풍이) 빗겨간다고 하긴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다. 그래도 못 가는 것 보다는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바깥은 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지만, 몇 시간 뒤 북쪽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남쪽 가족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북쪽 언니 김정옥(85)씨를 만나는 김정자(83)·정숙(81)씨 자매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꽃단장을 했다. 김정숙씨는 “하늘로 올라가는 용 꿈을 꿨다”며 “어제는 좀 믿기지가 않고 그랬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까 ‘아, 오늘 언니를 만날 수 있구나. 진짜 보는 거구나 싶다”며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강정옥(100.오른쪽)할머니와 김옥순(89)할머니가 남북출입사무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강정옥(100.오른쪽)할머니와 김옥순(89)할머니가 남북출입사무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2차 행사도 지난 1차와 마찬가지로 단체상봉(2차례), 개별상봉(1차례), 작별상봉(1차례)에 더해 점심(2차례), 저녁(1차례) 식사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가족들이 만나는 시간은 12시간이다. 지난 1차에서 주요 행사가 금강산호텔에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금강산 면회소에서 단체상봉, 환영만찬 등 주요 행사가 치러진다. 속초/공동취재단,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화보]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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