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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통일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떡해” 꿈같은 사흘간의 만남 마무리

등록 2018-08-26 14:29수정 2018-08-27 00:26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무리
2박3일 짧은 만남 끝 이별행사
재회 기약했지만…곳곳 눈물바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남쪽 강두리(87·왼쪽)씨가 북쪽 언니 강호례(89)와 대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남쪽 강두리(87·왼쪽)씨가 북쪽 언니 강호례(89)와 대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얼싸안고 좋아 웃음이요 절싸안고 좋아 눈물일세~ 늴리리야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26일 오전 9시55분, ‘반갑습니다’ 노래가 흐르자 북쪽 가족들이 금강산호텔 2층에 마련된 연회장에 들어섰다. 먼저 입장해 기다리고 있던 남쪽의 가족들은 북쪽의 피붙이를 눈에 담느라 목이 길어졌다. 사흘간의 만남 끝에 기약 없는 이별식이 시작됐다.

테이블마다 차려진 다과를 중간에 놓고 남북의 부모, 형제, 자식, 친지들은 손을 맞잡고, 부둥켜안고, 때로는 눈물을 닦으며 행사의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편지에 꾹꾹 담아 주고받으며 “건강하라”는 인사도 곳곳에서 들렸다. 며칠 새 찍은 사진을 함께 보는 가족도, 돌아가서 추억할 사진을 한장이라도 더 찍는 가족도 있었다.

리숙희(92)씨는 남쪽 가족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쏟았다. 그런 누나의 손을 잡은 동생 이용희(89)씨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리씨는 몸이 불편해 이번 상봉행사에 오지 못한 남쪽의 사촌 언니에게 전할 손편지를 건넸다. 어릴 때 같이 자라 그리움이 컸다고 했다. “보고 싶은 언니에게, 언니야”로 시작한 편지는 “건강히 잘있기 바라며 통일된 그 날까지 나도 살아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중략) 늙어서 순서 없이 미안 끝이겠다. 안녕히. 숙희 올림. 2018년 8월25일 금강산에서 가족 친척 상봉을 기념하여”로 끝맺었다.

최고령자 강정옥(100)씨가 앉은 1번 테이블에서는 북쪽의 동생 강정화(85)씨가 언니의 오른팔을 주물러 주며 “(언니가) 사망했다 생각했는데…너무 좋아”라고 말했다. 강정옥 할머니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아이고 감사합니다. 같이 삽시다”라고 답했다. 동생은 다시 “너무 간단히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쉽고…. 꼭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고 있어. 항상 크게 마음먹고, 꼭 다시 만나리라고 (생각하자)”며 언니를 달랬다. 두 자매는 카메라 렌즈 앞에서 손으로 ‘반짝반짝’ 모양을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 중식에서 남쪽 조정기(67·오른쪽)씨가 북측쪽 아버지 조덕용(88)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 중식에서 남쪽 조정기(67·오른쪽)씨가 북측쪽 아버지 조덕용(88)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함경북도 청진에 사는 언니 김정옥(85)씨는 귀갓길이 멀어 걱정하는 남쪽의 조카 황기준(63)씨에게 “너희랑 아무리 가까워도 소용없어. 가지 못하니까”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동생 김정숙(81)씨가 “또 만날 수 있어 언니”라며 겨우 말을 건넸다.

평생을 헤어져 살아온 또 다른 남북의 자매도 이별 앞에서 오열했다. 남쪽의 동생 박유희(83)씨가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라며 울기 시작하자 북쪽의 언니 박영희(85)씨가 “통일이 되면…”하고 조용히 달랬다.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 해”라는 동생의 눈물에 언니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고 다독였다.

서울 삼청동에서 어린 시절 함께 자란 북쪽의 리현순(86)씨와 동생 이인숙(82)씨는 서울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북쪽의 언니는 “화신백화점 아직 있어?”,“파고다공원(탑골공원)은 있어?”라며 어릴 적 기억을 꺼내 들었다. 남쪽의 동생은 화신백화점 대신 들어선 큰 백화점들 얘기하며 파고다공원, 삼청동 파출소도 여전히 있다고 전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북쪽 리근숙(84·오른쪽)씨와 남쪽의 동생 황보우영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북쪽 리근숙(84·오른쪽)씨와 남쪽의 동생 황보우영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단체상봉 때는 말수가 적었던 북쪽 오빠 정선기(89)씨와 남쪽 동생 정영기(84)씨 남매도 이날은 만나자마자 오열했다. “아이고, 아이고”,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하며 통곡하는 동생에게 오빠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북쪽의 보장성원(지원인력)도 눈가가 벌게졌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편찬옥(76)씨도 흔들리는 손으로 북쪽의 조카들에게 편지를 써서 북쪽의 형 편찬규(88)씨에게 건넸다.

남쪽에 모신 부모님 얘기를 나누던 세남매도 결국은 눈물을 흘렸다. 남쪽의 누나 김교남씨는 “(만난 걸 아시면) 엄마, 아버지가 좋아할 거야”라며 부모님 산소 가는 길을 설명했다. 북쪽의 동생 김정룡씨는 “내가 가야하는데…구정에 가야하는데…”라며 눈가를 적셨다. 남매는 말을 잊지 못하고 탄식을 내쉬었다.

작별상봉에 이어 남과 북의 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닭고기버섯맑은국과 오곡밥으로 언제 또 함께 할지 모르는 점심식사를 했다. 반찬으로는 떡합성, 팥소빵, 김치, 닭구이, 낙지빵가루튀기(튀김), 삼색나물, 록두(녹두)지짐, 이면수 깨튀기, 소고기완자볶음, 분탕잡채와 은정차가 나왔다.

여든한가족, 324명의 남쪽 상봉단은 이날 1시20분께 금강산을 떠났다. 꿈결같은 만남은 끝났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화보] 2018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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