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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오래 사셔야 돼, 그래야 한번 더 만나지”

등록 2018-08-26 20:59수정 2018-08-26 21:58

2차 이산가족 상봉 ‘눈물의 귀환’
“부디 건강하시라” “통일이 되면…”
사흘간 ‘짧은 만남’ 뒤 다시 ‘긴 이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남쪽 가족이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는 북쪽 가족의 손을 꼭 붙잡고 작별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남쪽 가족이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는 북쪽 가족의 손을 꼭 붙잡고 작별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부디 건강하시라!” “꼭 다시 만나자!”

평생을 기다려 사흘을 만나고 다시 다가온 이별의 시간, 26일 ‘작별상봉’이 마무리된 금강산호텔 안팎에서 남북의 부모, 형제, 친지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많게는 100살, 대부분 70~90대인 이산가족들에게 절실한 바람이었다.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작별상봉과 공동점심은 오후 1시께 안내방송과 함께 끝이 났다. 술렁이는 연회장에는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라는 노랫말이 흘렀다. 북쪽 상봉단이 먼저 연회장을 떠났다. 이날 아침 먼저 와서 기다리는 남쪽의 피붙이들을 만날 생각에 성큼성큼 올랐던 34개의 계단을 내려가는 이들의 걸음은 무거웠다. 2층 난간에 몰려든 남쪽의 가족과 차마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는 북쪽 가족 모두 흐느꼈다.

이번 행사에서 예순일곱의 아들을 처음 만난 북쪽의 아버지 조덕용(88)씨는 버스 창문을 열고 통곡했다. 남쪽의 아들 조정기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오래 사셔야 돼. 그래야 한 번 더 만나지”라고 말했다. 북쪽의 동생 조학길(61)씨에게는 “(아버지) 꼭 잘 모셔”라고 당부했다. 동생은 울면서 “내가 책임질게요. 내가 잘 모실게요. 건강하세요”라고 답했다. 2차 행사의 유일한 부자 상봉을 한 이들은 차가 출발하자 잡았던 손을 놨다. 아들은 버스를 따라가며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었다. 남쪽의 아들은 “68년 만에 처음 보고 마지막이 됐어”라며 먼 산을 바라봤다. 돌아가셨다고 생각한 아버지를 만나, 68년간 북쪽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세상을 등진 어머니 대신 한풀이를 해서 “그냥 좋다”던 조정기씨다. 아들은 전날 아버지가 북쪽으로 올라간 사정을 모두 듣고 “납득이 됐다”고 했다.

북쪽 상봉단이 탄 버스 행렬의 마지막에는 피순애(86)씨가 탄 구급차가 떠나갔다. 전날부터 몸이 좋지 않던 피순애씨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남쪽의 사촌 동생 피영애(81)씨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차량이 출발하고 관계자의 “위험하다”는 외침에 동생은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언니의 얼굴을 감싸 안고 다급하게 입맞춤을 했다. 오열하는 동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단체상봉 때는 데면데면했던 북쪽 오빠 정선기(89)씨와 남쪽 동생 정영기(84)씨 남매도 이날은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동생 정영기씨가 달려와 오빠가 탄 버스에 매달리며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하자 동생의 손을 잡은 오빠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의 이별을 지켜보던 북쪽의 보장성원(지원인력)과 취재진도 울음을 터트렸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굳은 손으로 어렵사리 북쪽의 조카들에게 편지를 쓴 편찬옥(76)씨도 북쪽의 형 편찬규(88)씨와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공동점심까지 3시간 동안 손을 맞잡고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쏟았건만, 남북의 가족들은 버스 창문 사이로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언니, 우리 언니” “아이고, 가냐. 가지 마라. 동생아 가야 하냐” “형님, 오래오래 사쇼” “편지가 곧 될 거야” “통일될 때까지 건강해” “다시 만나요” 북쪽 상봉단이 떠난 뒤에도 곳곳에서 탄식과 울음소리가 한동안 계속됐다.

2박3일간 금강산에서 열린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에 참여한 여든한 가족, 324명의 남쪽 상봉단도 이날 오후 1시20분께 금강산을 떠났다. 꿈결 같은 만남은 끝났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화보] 2018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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