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자, 외교·국방 당국은 발언 의도와 배경 등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29일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연합훈련 유예 관련 한-미 간 기존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발언한 내용으로 보이며, 다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도 “한-미 연합훈련 문제가 논의된 바 없다. 연합훈련 문제는 한-미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북한을 압박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 국무부의 외교적 노력을 측면 지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매티스 장관이 내년 프리덤가디언 연습 시행 여부 등 구체적 일정에 대해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 국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상황을 보며 협의해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핵화를 둘러싼 최근 북-미 간 기싸움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격화될 경우 실제 연합훈련 재개 카드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가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단한 연합연습 및 훈련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두 차례의 해병대연합훈련(KMEP)이다. 해마다 8월에 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야외기동훈련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지휘소 연습이다. 그러나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한반도 전구급 워게임이어서, 북한은 늘 “북침 훈련”이라며 반발해왔다. 해병대연합훈련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제3해병기동군의 대대급 이하 부대가 경북 포항 등에서 한국 해병대와 하는 소규모 전술훈련이다.
한-미 연합훈련 및 연습이 재개 수순을 밟게 되면 해병대연합훈련이 가장 먼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한-미 군당국은 해병대연합훈련 중단을 ‘9월까지’로 한정한 바 있다. 군 당국자는 “올해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해병대연합훈련이 10여차례 예정돼 있다. 계획대로 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해마다 10~12월에 하는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도 추진될 수 있고,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된 한·미·일 3국의 미사일경보훈련도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반면 한반도 전구급의 워게임은 올해는 더 없다.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은 매년 2~4월에 실시돼왔다.
한-미 군당국이 연합훈련 및 연습을 재개하면 북한은 어떤 형식으로든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재개하게 되면 한-미 연합훈련뿐 아니라 그동안 축소 또는 중단됐던 일부 한국군 단독훈련도 재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정부는 8월 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중단되자, 함께 해왔던 정부 차원의 유사시 대비계획 훈련인 ‘을지연습’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또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하는 한국군 단독의 ‘태극연습’은 시행 시기를 6월에서 10월로 옮겼고, 내년부터는 을지연습과 태극연습을 함께 하기로 조정했다.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 105㎜ 견인포 등을 동원해 해마다 하던 포사격 훈련을 올해 7~8월에는 하지 않았다. 군 당국자는 “한국군 단독훈련은 연합훈련과 별개로 우리의 판단과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도발을 하면 우리도 가만히 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