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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기무사 계엄문건 문책’ 송영무 경질…정경두 합참의장 새 국방장관

등록 2018-08-30 15:00수정 2018-08-30 21:01

국방개혁 2.0 추진 적임자로 판단한 듯
정경두 신임 국방장관 지명자 <한겨레> 자료 사진
정경두 신임 국방장관 지명자 <한겨레> 자료 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개각을 단행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69)을 경질하고 새 장관 후보자에 정경두 합동참모의장(57)을 전격 지명했다.

송 장관의 경질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혼란을 부른 데 따른 문책 성격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공군 4성 장군인 정 합참의장의 국방부 장관 발탁은 비육군 출신으로 최근 확정된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을 적극 추진할 후임자로 선택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에 경질된 송 장관은 지난 3월 기무사가 계엄령 시행을 검토한 문건 2건의 존재와 그 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6월말에야 청와대에 보고해 ‘늑장 보고’ 의혹을 받았다. 송 장관은 논란이 되자 7월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기무사 문건의 심각성을 느꼈지만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폭발력이 너무 큰 것을 염려했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초 탄핵 정국에서 군을 동원해 촛불민심을 잠재우려 했다는 의혹의 중대성과 무게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정무적 판단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셌다.

지난 7월 국회 국방위에서는 부하 기무부대장과 공개 진실공방도 벌였다. 송 장관은 기무 부대장이 ‘송 장관이 ‘위수령 검토는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하자, 이를 “거짓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런 장면이 전국으로 생방송되자 “앞으로 어떻게 부하 장병들을 제대로 통솔하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실 송 장관은 지난해 7월 임명된 직후부터 잇따른 말실수와 돌출 발언으로 많은 이들의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9월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지 안보특보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가 청와대의 엄중 주의 조치를 받았고, 11월엔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석방에 대해 “다행이다”고 말해 여권의 반발을 샀다. 또 11월에 장병 오찬 자리에서 “식사 전 이야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고 말해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을 빚었고, 지난 7월 군내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여성들이 행동거지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균형잡힌 양성 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불렀다.

송 장관은 이처럼 실언 논란이 거듭되면서 비교적 일찍부터 자질론이 제기됐지만, 당시만 해도 송 장관 교체론이 본격 제기되진 않았다. 특히 송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추진할 ‘국방개혁 2.0’의 성안 작업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송 장관 교체는 국방개혁 추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 기무사의 계엄 문건 처리 과정을 거치며 권력 내부에서 송 장관의 군내 지도력에 대한 회의가 결정적으로 증폭됐고, 또 최근 국방개혁 2.0 작성 작업이 마무리 돼 청와대 보고를 마치고 본격 추진 과정에 들어간 상황 등이 고려돼 송 장관 교체가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경두 합참의장이 송 장관의 후임으로 전격 발탁된 데에는 정 의장이 비육군 출신으로 비교적 국방개혁 2.0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자는 이날 후보 지명 뒤 “중책에 내정되어 책임의 막중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직무를 수행하게 되면, 대한민국의 평화와 국민안전을 지키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의 지엄한 명령인 국방개혁 완성을 통해 강한 안보, 책임국방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원을 부탁했다. 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임명되면, 공군 출신으로는 김정렬 장관, 주영복 장관, 이양호 장관에 이어 4번째 국방부 장관이 된다. 또 합참의장을 하다 곧바로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은 2009년 9월 김태영 장관 이후 9년만이다.

정경두 국방장관 후보자는 공군사관학교 30기로, 합참의장과 공군 참모총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합참의장에 임명될 때도 임관 연도 기준으로 3~4년을 뛰어넘은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이번에도 정 후보자는 60대 후반인 전임자에 비해 50대 중·후반으로서 국방부 장관의 연배를 단숨에 10년 이상 낮추게 됐다. 군 당국자는 “정 후보자는 소통과 배려의 아이콘으로 군심을 결집해 국방개혁 2.0을 추진할 적격자”라고 적극 평가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지난 1년 동안 합참의장으로서 눈에 띄는 구체적 성과없이 무색무취한 행보를 했다며, 현 정부의 육군 견제 심리에 따른 반사적 발탁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인사로 합참의장이 공석이 됨에 따라 대규모 연쇄적인 군 고위 장성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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