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장관(왼쪽)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 청사에서 열린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식에 참석해 남영신 초대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이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령 문건 작성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러 개혁 대상이 된 국군기무사령부가 없어지고 군 정보부대의 고유 업무인 보안·방첩 분야에 집중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원사)가 1일 창설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안보지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민간인, 군인, 군무원에 대한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 훈령을 마련했다. 하지만 훈령으로 과거 기무사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섞인 전망도 적지 않다.
국방부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새 안보지원사 운영을 위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운영 훈령’이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해체된 기무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지시로 댓글 공작을 벌이고,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을 사찰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계엄령 문건을 작성해 개혁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군 정보부대의 정치개입 및 권력 오·남용을 막기 위해 새 안보지원사의 역할을 규정한 훈령이 제정됐다.
2일 공개된 훈령 5조를 보면 법에 따라 안보지원사 소속 요원은 앞으로 민간인에 대한 정보 수집, 수사 등 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활동이 가능하다. 또, 같은 훈령 6조에는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군인 등에 대한 정보수집 및 수사, 장병의 인권, 지휘권을 침해하는 활동을 하면 안 된다고 나와있다. “부득이한 사유”나 “정당한 직무 범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어 정권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안보지원사 관계자는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을 막기 위해 향후 시행세칙을 마련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명시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기무사는 군인, 군무원의 일상적인 동향을 관찰해 기록한 ‘존안자료’를 만들어 군 인사에 개입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훈령 13조는 안보지원사가 군인, 군무원의 사생활, 일반적인 동향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신원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장관의 위임에 따라 “국가안보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 장성급 장교, 진급대상자, 보안·방첩 등 문제 식별자, 대령급 지휘관 등을 대상으로 한 신원조사는 여전히 가능하게 했다. 이에 대해 남영신 국가안보지원사령관은 지난 31일 기자들을 만나 “사생활이나 일반적인 동향파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신원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새 사령부는 대통령을 독대할 수 없도록 훈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권고한 내용이 훈령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과거 기무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을 넘어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독대 관행’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뒤 여태까지 기무사령관의 독대보고를 받지 않은 만큼, 이 정부 안에서는 이 기조가 유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훈령에 ‘독대 금지’가 명문화되지 않아 차기 정부가 들어서 기존 관행을 부활시킬 우려는 여전하다. 남 사령관은 이런 우려에 대해 “우리는 국방장관의 부하이고 보안·방첩 관련해 장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며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 필요하면 청와대 비서실이나 안보실에 보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훈령에는 안보지원사 요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하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예컨대 온·오프라인에서 △정당·정치단체 결정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견 유포하거나, 여론 조성 목적으로 특정 정당, 정치인 찬양 또는 비방하는 의견, 사실 유포 △특정 정당·정치인을 위한 기부금 모집 지원 또는 방해 등 △선거운동 또는 선거 관련 대책회의 관여 등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또, 상부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 이의제기할 사항이 있을 때를 대비해 그 절차를 구체화 하고, 이의제기자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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