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판문점 선언으로 합의된 지 140일 만인 14일 개성공단에서 문을 열었다.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등이 제막을 하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2년7개월만에 남쪽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개성공단은 바로 어제까지도 기계가 돌아가다 잠시 주말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호텔과 주유소, 병원, 편의점, 한국토지공사, 한국전력공사 건물 등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새로운 표식이 하나 들어섰다. 길가에 ‘공동련락사무소’라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남북을 1년 365일 24시간 연결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개소식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남쪽 연락사무소장을,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이 북쪽 소장을 맡기로 했다. 통일부 등 관계부처 파견한 남쪽 인력 30명이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며 필요하면 언제든 15∼20여명의 북쪽 관계자와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얼굴을 맞대로 협의할 수 있다.
이날 개소식을 마친 뒤 천 차관과 북쪽 전 부위원장은 소장 회의를 열어 향후 연락사무소 운영 방향을 협의했다. 천 차관은 “정상회담 합의 내용 후속조치 이행 과정에서 연락사무소가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합의에 따라 소장 회의를 매주 한차례 진행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할 수 있다.
개소식에 참석한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남북경협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의 정상화가 머지않아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개성공단 정상화가 돼 행사장에 (다른 기업인들과) 다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시설은 외부적으로 볼 때 비교적 잘 정리정돈이 돼 있었다”며 “북쪽 얘길 들어보니 (공단) 내부도 동파 최소화를 위해 겨울에 물을 빼거나 조치를 했다고 한다.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 건물 2층에 올라가니 개성공단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건물인데, 이산가족 상봉하는 느낌입니다.” 개성공단을 바라보던 개소식 참석자들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낀 듯 했다. 2년7개월만에 공단을 다시 찾아왔지만, 몇 시간 뒤 다시 남쪽으로 돌아가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인 까닭에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념사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민족 공동 번영의 산실”로 표현하며 남북 당국자와 전문가가 △철도·도로 △산림 분야에서의 협력과 △ 10·4 정상선언 이행방안 △신경제구상 등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축하하며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빠른 시간 내에 허심탄회하게 론의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개소식 참석자들은 “공동연락사무소가 각각 평양과 서울 주재 연락대표부로 발전해야 한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상시 의사소통창구가 마련됐다. 남북관계를 제도화하고, 안정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유환 동국대 교수), “개성공단도 조속한 시일 안에 재개되기를 바란다. 공단이 재개되면 더 높은 수준의 평화가 담보될 수 있다”(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는 등의 의견을 냈다.
이날 개소식은 10시50분께 시작돼 20분 동안 진행됐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남북관계의 진전을 보여주는 경과 영상에는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예술단의 공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과정 등이 모두 담겼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장면이 나오자 좌중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사무소 1층 현관 간판에는 ‘공동련락사무소’라는 글자가 새겨졌고, 건물 오른쪽 위에는 ‘공동연락사무소’라 적힌 간판이 붙었다.
개성/공동취재단,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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