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아세안 지역회의 참석 계기에 12일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평양을 공식 방문하는 첫 남쪽 외교장관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청와대가 16일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공식 수행단에 강 장관이 포함됐다.
외교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남북정상회담 계기를 포함해 우리 외교 장관이 공식적으로 평양을 방문한 전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는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로 규정돼 있어, 통일부가 북쪽의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와 상대해 왔다. 따라서 지난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는 외교부 장관이 공식 수행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핵화’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가름할 핵심 의제가 되면서,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이어 9월 가을 평양 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포함됐다. 통일보다는 평화와 공존을 중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인 셈이다.
강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3차례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카운터파트로서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새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0일과 15일 두차례 방한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났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현 국면을 풀기 위해 한-미가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의 평양행은 한국 정부가 “수석 협상가”로서 북-미 협상을 중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읽힌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핵화는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인데, 이와 관련해 한-미 간 협의를 하고 있고, 또 이것이 북-미 협상으로 연결이 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외교부 장관이 수행원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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