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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불가역적 평화로 가는 ‘평양의 2박3일’

등록 2018-09-17 20:58수정 2018-09-18 10:00

두 정상, 최소 2차례 회담
비핵화 구체안 첫 본격 논의
문 대통령 “항구적 평화 목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이 이뤄진 4월27일 판문점 정상회담 환송 공연 주제는 ‘한반도의 봄’이었다. 전쟁 발발 위기까지 치달은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밀어낸 ‘봄’에 한반도의 8천만 시민(인민)은 물론, 지구인 모두가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봄도 가고, 여름도 가고, 이제 가을. 그사이 5·26 판문점 통일각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6월12일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과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을 다짐한 “공동성명”(센토사 합의) 발표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채택 뒤 김 위원장과 공동 발표 자리에서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절규에 가까운 그 다짐은 허언이 아니다. 평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하면서 “이제 남북관계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습니다”라고 선언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북남관계는 드디여 평화의 길, 화해협력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며 “새로운 평화의 궤도, 화해협력의 궤도에 들어선 북남관계를 계속 탈선 없이 곧바로 이어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확고한 입장이며 의지”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역진’은 없다는 선언이다.

그래픽 김승미
그래픽 김승미

18일부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로 이어지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사흘간 “평화, 새로운 미래”(정상회담 공식 슬로건)라는 새봄을 앞당길 가을걷이에 나선다. 가을은 혹한을 견딜, 수확의 계절이다. 봄에 한껏 기대한 만큼 풍성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부실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적어도 두차례 이상 공식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2000년과 2007년 두차례 평양 정상회담 때와 달리,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이지만 ‘실권’이 없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중간에 끼우는 ‘이데올로기적 의전’은 배제됐다. 단독·확대회담 같은 외교 의전도 배제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밝혔다. 말 그대로 실사구시이고, 남북 정상의 상호 신뢰 수준이 그새 꽤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평화, 그야말로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우리는 역지사지하는 마음, 진심을 다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불신을 털어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①남북관계 발전(판문점 선언 이행사항 확인과 지속 가능한 구체적 발전방안 논의) ②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중재·촉진 ③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협 종식을 ‘3대 의제’로 제시했다. 임 실장은 “남북관계를 개선·발전시켜 나가는 게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지금은 비핵화 의제가 중요한 중심 의제”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미국의 비핵화 조처 요구와 북쪽의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보장을 위한 상응조처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3대 의제 중 ‘비핵화’ 문제는 사안의 성격에 비춰 남북의 물밑 사전 협의로 얼개를 짤 수 없는, 전적으로 두 정상의 직접 대화에 달린 문제다.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두고 석달째 맞서 있는 북-미가 ‘문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접점을 도출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나서지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임 실장이 “두 정상 간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냐에 따라 비핵화와 관련해 진전된 합의가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구두합의로 발표될지 저희로선 블랭크(괄호)”라고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배경이다.

평양 회담의 결과는 18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며 한반도 정세의 방향타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 정상은 5월26일 전격적인 ‘판문점 2차 회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편지 통보(5월24일)로 좌초 위기에 몰린 첫 북-미 정상회담의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결정적 디딤돌을 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제훈 김지은 기자 nomad@hani.co.kr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주요 장소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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