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집무실 있는 ‘북쪽의 청와대’
김대중·노무현 방북 땐 백화원에서 정상회담
최상의 예우 하면서 당 중심 실용주의 내비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입장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날 정상회담이 열린 조선노동당 본부 청사는 남쪽으로 치면 청와대에 해당한다. 노동당을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청사 안에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상상하면 얼추 맞아떨어진다. 김 위원장의 당 중심 노선과 실용주의적 태도를 함께 엿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지도자의 집무공간인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2000년과 2007년 평양을 찾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의 의제로 꼽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발전 문제에 김 위원장이 실질적인 대화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김일성광장 근처에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는 북한 최고의 보안시설 가운데 하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외부 인사들에게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곳을 남쪽 최고지도자인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은 김 위원장이 보여주는 또다른 파격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최상의 예우를 베푼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두 차례 평양을 찾은 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도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맞았다. 당시 <중앙텔레비전>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노동당 본부 청사는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벽과 바닥을 꾸미고, 곳곳에 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특사단을 맞았을 때는 이곳 연회장에서 만찬까지 베풀었다.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조선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며 자신의 의지”라며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훈 국정원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노동당 본부 청사를 외국의 주요 인사를 맞는 외교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비롯해 최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찾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도 이곳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당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최고지도자를 언급할 때 상징적으로 이 건물을 보여주곤 한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노동당 본부 청사로 초대한 파격이 19일 2차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당 대 당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당 본부 청사가 남북정상회담 장소로 굳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권에서도 당사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이 두 차례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곳은 인민대회당이었다. 일각에선 첫 남북정상회담은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열고, 두번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머무는 백화원영빈관에서 열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평양·서울 공동취재단,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