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9월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 자격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귀엣말을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 제공
18일 오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각각 배석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4월27일과 5월26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1·2차 회담 때 배석하지 않은 정의용 실장이 참여한 게 눈에 띄는 변화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문제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데 따른 변화로 읽힌다. 정 실장의 배석은 ‘비핵화의 실천적 방침’을 협의하기로 미리 조율한 이번 회담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앞서 8월2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는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어 북-미 교착 해소가 이번 회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 실장은 3월과 9월 문 대통령의 특사단장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이미 두차례 만난 데다, 한국 정부의 대표적이 대미 고위 협의 창구다.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수시로 통화하는 등 미국 쪽과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는 만큼 미국 입장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전해진다.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회담 배석은 이미 ‘상수’로 예견된 바 있다. 둘은 4·27과 5·26 회담 때 모두 배석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중앙정보국(CIA)장일 때부터 남·북·미 3각 물밑 협의 창구 구실을 해왔다.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1~3차 회담에 모두 배석한 유이한 인물이다. 서 원장은 김 위원장을 가장 자주 만난 남쪽 인사다. 공개된 것만도 특사단으로 두차례, 정상회담 배석자로 세차례 만났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6월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는 등 대남 및 대미 관계 개선의 전면에 나선 핵심 인물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배석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 부부장은 4·27 회담 때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상대역으로 배석했으나, 5·26 회담 땐 배석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 탓에 이번 회담 배석 여부가 관심사였는데, 이날 순안공항 영접부터 회담 배석까지 ‘열일을 하는 일꾼’임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평양·서울 공동취재단,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