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평양에 도착,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퍼레이드 하며 평양 시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을 위해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숙소인 ‘백화원영빈관’까지 이동한 동선이 공개됐다.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8일 오전 10시21분께 순안공항에서 서로 다른 차를 타고 출발해 평양 도심이 시작되는 ‘연못관’에 내려 카퍼레이드를 위한 무개차(지붕이 없는 차량)에 함께 탔다.
연못관은 평양의 대형 중식당이다. “평양에서 짜장면을 먹으려면 연못관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고 유명한 식당이다. 1961년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방에서 학교에 다니는 한 형제에게 연못관의 전신인 ‘장경식당’에서 밥을 산 뒤 유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식당 시절에는 조그만 식당이었으나 유명세를 탄 뒤 연못각으로 이름을 바꿔 확장했다. 그리고 이후 다시 연못관으로 식당 이름을 바꿨다. 2011년 북한의 조선중앙티브이에는 연못관 주방장이 나와 “우리 민족 음식들과 함께 이렇게 여러 가지 중국 음식들을 포함해 많이 만들어 봉사하고 있습니다”라고 식당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환영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연못관은 두 정상의 카퍼레이드가 있었던 ‘여명거리’ 들머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 함께 무개차에 옮겨 탄 두 정상은 여명거리를 통과하는 동안 차량에서 일어나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여명거리를 빠져나온 뒤에는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백화원영빈관으로 향했다. 무개차의 운전은 북한 호위당국이 맡았고, 주영훈 경호처장이 조수석에 선탑했다.
이날 두 정상이 차로 이동한 거리는 27㎞ 남짓이다. 순안공항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바로 백화원영빈관까지 가는 거리는 23㎞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동선은 평양 도심을 통과하지 않는다. 백화원영빈관이 평양 동북쪽 외곽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 경로는 여명거리 카퍼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명거리는 김 위원장이 2016년 대대적인 주상복합 단지를 건설하라고 직접 지시해 평양 북동쪽 대성구역 인근에 27만평 규모로 조성된 곳이다.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고, 아파트, 백화점, 영화관 등이 밀집해 있어 평양의 ‘맨해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백화원영빈관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세상 많은 나라 돌아보셨는데 발전된 나라에 비해 우리 초라하죠”라고 말한 것을 비춰보면, 북쪽이 문 대통령에게 가장 발전된 시가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카퍼레이드를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서울 공동취재단,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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