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남북정상회담 3일째인 20일 오전 문재인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백두산 장군봉을 방문한 후 백두산 천지로 이동하기 위해 케이블카에 올랐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얄미우시네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보며 웃으며 건넨 말이다. 김정숙 여사도 손뼉까지 쳐 가며 “정말 얄밉다”고 맞장구를 쳤다. 무슨 일이었을까.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백두산 장군봉과 천지를 오가는 케이블카 앞에 섰다. 백두산 트레킹을 소원으로 꼽아 온 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안내해 가는 길이었다. 문이 열려 있는 케이블카 앞에 도착한 두 정상 부부가 나누는 대화는 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가쁜 숨을 고르며 “하나도 숨 차 안하십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네, 뭐, 아직 이 정도는” 이라며 태연한 기색이었다. 이에 리설주 여사가 웃으며 “얄미우시네요”라고 농담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정숙 여사의 웃음보가 터졌다. “정말 얄미우십니다.” 김 여사는 박수까지 치면서 즐거워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리설주 여사가 김 여사의 옷자락을 걷어올려 주며 물에 닿지 않도록 거들어주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 여사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에게 문 대통령이 ‘등산을 하면 된다’고 대꾸한 일화도 고스란히 털어놨다. “저번에 큰일(판문점회담) 치르다 보니까 아프고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해야 한다’고 그랬는데 이 사람(문 대통령)은 ‘토요일, 일요일 시간 날 때 산에 가면 됩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갑니다’ 했거든요.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이 ‘안돼요’라고 해서 저희도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합니다. 그랬더니 훨씬 많이 체력이 좋아졌습니다.” 이어지는 김 여사의 ‘운동 찬양’에 문 대통령은 “(한 달에) 서너 번은 해야 ‘운동합니다’ 하지”라며 넌지시 제지했다. “어휴, 시작이 중요하다는 거죠”하고 맞받는 김 여사에겐 “지난주도 (운동) 안 했고, 그 지난주도 안 했고… 그러니까 이제 ‘하겠다고 마음만 먹었습니다’라고 해야죠”라고 운동 횟수가 그렇게 많진 않다고 ‘겸손’해 했다. 이에 김 여사는 “아니 나는 그렇고, 당신은 쭉 운동했잖아. 난 안 갔어”라며 남편의 등산에 따라가지 않은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는 두 내외의 옥신각신 대화는 그대로 화면에 담겼다.
[화보] 평양 남북정상회담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