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지난 8월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포토세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얘기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오른쪽 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25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뉴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계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첫 북-미 외교장관과 회담에 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이날 오후 2시40분께 뉴욕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곧바로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각국 취재진이 공항 1층 입국장과 2층 출국장의 ‘브이아이피(VIP)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리 외무상은 계류장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의전·경호 차량 10여대에 타고 곧바로 이동했다. 이는 지난 5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뉴욕을 방문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제공된 의전 수준과 비슷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장관급 인사에 대한 의전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리 외무상은 이날 숙소인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들렀다가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찾아 약 1시간가량 머물렀다. 오가며 마주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의 이번 뉴욕 방문이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만남 요청’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19일 성명을 내 유엔총회를 계기로 리 외무상과 만날 것을 북쪽에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만큼,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은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주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두 장관의 만남 일정이 잡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는 29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할 예정인 리 외무상이 지난해보다 하루 빠른, 연설 나흘 전에 도착한 점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때도 두 장관의 회담 여부에 촉각이 쏠렸으나 별도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단체 사진 촬영시간에 환한 미소와 함께 나눈 짧은 인사가 다였다. 이날 리 외무상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도 전해졌는데, 전한 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무를 총괄했던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였다. 싱가포르에서 두 장관의 회동은 불발했으나 이들의 ‘스탠딩 외교’와 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가 교착 국면에 빠진 북-미 관계에 숨통을 틔웠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 만남이 성사되면 북-미 간 외교장관 채널도 열리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유엔총회 계기에 첫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차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평양에서 만난 리 외무상에게 회담 개최 희망을 전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도 문 대통령을 수행해 뉴욕에 체류 중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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