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이 ‘종전선언을 대가로 북한이 핵 무기, 시설을 신고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 집단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북한 국영 <조선중앙통신>(이하 <중통>)은 2일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동북아시아 지역 나라들의 이해관계에 다 부합되는 종전은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통>은 이 논평에서 미국 정부나 관료가 아닌 “미국의 이른바 조선문제 전문가들”을 겨냥해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북조선으로부터 핵 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싸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전은 정전협정에 따라 이미 반세기전에 해결되였어야 할 문제”라면서 “미국도 공약한 새로운 조미관계수립과 조선반도의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선차적인 공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중통>이 ‘미국 당국(행정부)’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미국의 이른바 조선문제 전문가들’을 비판의 표적으로 삼은 대목이 눈에 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일이 급선무라 미국 정부와 대립 구도를 피하려는 외교적 고려가 작용한 듯하다. 발표 주체와 관련해 대미 협상 고위 인사의 실명이나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식을 피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낮은 수준의 문제제기인 셈이다.
<중통>은 종전선언이 북-미 두 나라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 나라들의 이해관계에 다 부합”하기 때문에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점도 짚었다. 또 애초에 종전선언이 미국 쪽의 아이디어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통>은 “사실 종전문제는 10여년 전 부시 2세 행정부 시기 미국이 먼저 제기한바 있”다면서 “2007년 10월4일에 채택된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과 지난 4월27일에 채택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 명기되여 있는 것”, “미국을 비롯한 다른 당사자들이 더 열의를 보인 문제”, “60여년 전에 이미 취했어야 할 조치”라고 했다.
이 매체는 북-미가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채택한 북-미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하는 상황에서 “교전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에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며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것을 천명하였다”고 했다. 특히 조건이 맞으면 폐기하기로 한 영변 핵시설을 “미국을 비롯한 온 세계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우리 핵 계획의 심장부와도 같은 핵심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중통>은 “우리가 조미수뇌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하여 실질적이고도 중대한 조치들을 계속 취하고있는 반면에 미국은 구태의연하게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면서 제재로 그 누구를 굴복시켜보려 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조선반도의 핵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다면 조선반도 핵문제발생의 역사적 근원과 그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문제해결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지원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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