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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 대미협상 ‘총력전’…김영철 빼고 김여정 투입했다

등록 2018-10-08 16:56수정 2018-10-09 00:02

[북, 폼페이오 만남서 변화 확인]
5시간30분간 폼페이오 직접 상대
접견 땐 여동생 처음 옆자리 배석
김영철에 미국이 불만 표해온데다
3차례 협상 결렬 질책 의미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아침 7시께 일본 도쿄를 떠나 평양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5시13분 오산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내렸다. 도쿄에서 평양까지는 2시간 넘게 걸리고, 평양에서 오산까지도 1시간 넘게 걸린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머문 시간은 7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함께 보낸 시간은 5시간30분 남짓(오전 접견 2시간, 오찬 1시간30분, 오후 접견 2시간)이다.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백화원영빈관을 오간 시간을 빼고는 오롯이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함께 있었던 셈이다. 김 위원장이 전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북-미 교착 국면을 돌파하려고 전면에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미 협상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라며 “대미 관계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진지함과 진정성을 드러내(려)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짚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총력전’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담화’(접견)의 북쪽 배석자로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새로 투입된 사실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1~3차 방북 협상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이 8일치 1면에 공개한 관련 사진을 보면, 북쪽은 김 위원장 왼쪽에 김여정 제1부부장, 오른쪽에 통역이 앉아 있다. 미국 쪽은 폼페이오 장관 왼쪽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오른쪽에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앉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만난 시간은 5시간30분이라고 전달을 받았다”며 “오전과 오후 면담에서 (북쪽에서) 김 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통역 이렇게 3명만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김 위원장의 ‘특단의 조처’에 가깝다. 이번 접견 배석자에서 빠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1~3차 방북 때 협상 상대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방문해 6월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한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처음으로 전한 당사자다. 올해 북-미 관계 급변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 구실을 했다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대리인으로 불렸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7일 백화원영빈관 오찬에만 참석했다.

배석자 교체의 의미는 단순히 대리인 교체의 수준을 넘어선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1990년대 초반부터 이른바 ‘핵문제’를 다뤄온 ‘노회하고 이데올로기적인 정통 관료’라면, 김여정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피붙이로 그 위상과 구실이 확연히 다르다. 김여정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1~3차 정상회담 과정에서 ‘제한 없는 접근 권한’이 있음을 여실히 입증한 바 있다.

더구나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 상대인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불만을 숨기지 않아온 터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에 따른 협상 결렬 이후 북-미의 교착이 심화된 점과 관련한 질책의 뜻이 담겼으리라는 지적도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배석자로 김여정 부부장을 새로 투입하고 김영철 부위원장을 뺀 김 위원장의 선택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한테 매우 강력한 인상을 남기리라고 본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오찬 때 “조미수뇌(정상)회담의 성공과 조미관계 발전을 위해 쌍방 사이의 의사소통과 접촉래왕을 더욱 활성화해나갈 데 대한 흥미진진한 의견들이 교환됐다”는 <노동신문> 8일 보도 내용이 눈에 띈다. 낮은 차원에선 다방면 교류 활성화, 높은 차원에선 연락사무소, 무엇보다 북-미 협상 책임자 문제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9월25일(현지시각) 미국 <폭스 뉴스> 인터뷰 때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게 되면 미국 쪽에 장기간의 참관이 필요할 텐데, 그 참관을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상응조처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제2차 조미수뇌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할 데 대해 합의”했으며 “관련한 절차·방법들도 논의됐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이제훈 노지원 성연철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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